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전세계 주요 국가들이 사활을 건 싸움에 나선 가운데 정작 국내에서는 기술 경쟁력의 기초가 되는 소프트웨어(SW) 인재를 키우는 일조차 글로벌 흐름에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정보기술(IT) 업계와 교육계 등에 따르면 SW교육 의무화를 앞두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필요한 전문 인력이나 시설 확보 등이 부족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국가교육과정 개편에 맞춰 모든 중학생들은 내년부터 3년간 필수적으로 34시간의 SW 교육을 받는다. 초등학생들도 오는 2019년부터 3년간 17시간의 SW 교육을 받는다.
정부가 초중등 SW 교육을 의무화한 것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산업이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SW 인재 확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자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SW 교육 전문 인력과 컴퓨터 등 관련 시설이 크게 부족해 제대로 된 SW 교육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특히 SW 교육을 담당할 정보·컴퓨터(이하 ‘정컴’) 교사와 컴퓨터교육학과를 전공한 교사들이 영어나 수학 등 관련이 없는 과목으로 바꾸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한 중학교에서 정컴을 담당하는 K교사는 “당장 내년부터 중학교에서 SW 교육 의무화를 시행하지만 지난해까지도 교육청에서 정컴 교사들에게 다른 과목으로 변경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귀띔했다. 현장에서 교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어와 수학 등 주요 과목 위주로 다른 전공자들을 충원한데 따른 것이다.
내년부터 중학교에서 SW 교육이 의무화되더라도 담당 교원이 부족해 정상적인 수업은 힘들 전망이다. 전국 중학교 정컴 정교사 자격증이 있는 교사 1,866명(2015년 기준) 중 정컴 과목을 담당하는 교사는 807명으로 43%에 불과하다. 절반 이상이 수학이나 영어 등 다른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2006년 정컴 과목을 가르치는 학교 비중(79%)도 지난 2015년 23%로 확 떨어졌다. 학교 현장의 노후화된 컴퓨터 시설도 SW 교육의 발목을 잡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2015년도 초중학교 교육 정보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 1인당 PC 수가 평균 0.24대에 그친다. 학생용 PC를 보유하고 있어도 구입 시기가 6년이 넘는 게 전체 21.1%를 차지했다. 중학교는 27.6%로 높은 편이다.
‘소프트웨어교육지원법안’을 발의한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현재 일부 선도학교에서 진행되는 SW 교육은 학생들이 알고리즘을 직접 개발할 능력을 키우기보다 코딩을 외우는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학교 현장에서 컴퓨터를 활용해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컴퓨팅 사고력을 키워주는 실질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영·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
◇정보·컴퓨터 정교사 자격증 소지 교사의 정보·컴퓨터 교과 담당 현황(단위: 명)
정보·컴퓨터 교과 담당 교사 | 정보·컴퓨터 교과 담당 이외 교사 | 총 인원 | |
중학교 | 807(43.2%) | 1,059(56.8%) | 1,866 |
고등학교 | 2,854(66.7%) | 1,424(33.3%) | 4,2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