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청소년 근로권익보호 합동점검' 동행해보니]휴게시간은 남얘기…근로계약서도 절반 이상 미작성

"손님 없으면 쉬는 시간 생각"

신림 일대 한곳도 보장 안해

계약서 요구땐 대부분 발뺌

일반음식점·커피전문점 등 조사

"과태료 등 엄격 조치 필요" 지적

지난 20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사거리 인근의 한 주점에서 ‘청소년 근로권익 보호를 위한 합동점검’에 나선 고용부 근로감독관(오른쪽)이 점주와 함께 근로계약서를 검토하고 있다.  /박진용기자지난 20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사거리 인근의 한 주점에서 ‘청소년 근로권익 보호를 위한 합동점검’에 나선 고용부 근로감독관(오른쪽)이 점주와 함께 근로계약서를 검토하고 있다. /박진용기자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인근의 한 화장품 전문매장. 고용부 근로감독관과 관할 지역 경찰, 구청 직원 등이 불쑥 실내로 들어서자마자 아르바이트생을 대상으로 한 최저임금 지급과 근로계약서 보유 여부를 다그치듯 물었다. 당황한 한 20대 아르바이트생이 “강압적인 말투로 추궁하느냐”고 항의하면서 양측의 고성이 오갔던 것도 잠시, 단속반은 자리에 없는 점장과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근로기준법상 4시간 이상 근무 시 최소 30분을 쉬게 하는 휴게시간을 근로계약서에 명시하고 보장해야 한다”는 경찰의 말에 현장에 없다는 이유로 발뺌하던 점장은 “즉시 시정하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서울경제신문이 정부의 ‘청소년 근로권익 보호를 위한 관계기관 합동점검’을 동행취재한 결과 청소년(청소년법 기준 9세 이상 24세 이하) 아르바이트생 대다수는 근로기준법상 명시된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계약서를 현장에서 보유하고 있지 않아 근로계약서 미작성이 의심되는 곳도 절반이 넘었다. 20일부터 닷새간 이뤄지는 합동점검은 청소년 아르바이트가 빈번한 일반음식점·편의점·커피전문점·PC방 등을 대상으로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지방자치단체, 지역 경찰 합동으로 진행됐다.


20일 서울시 성북구 10개 업소를 대상으로 한 점검에서 유명 베이커리 업체와 프랜차이즈 카페, 포장마차 등 4곳의 업체가 근로기준법상 의무인 휴게시간을 보장하지 않았다.

한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 점장은 “손님이 없으면 애들이 쉬는 시간이라 생각해 휴게시간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며 “업무 중 대기시간과 휴게시간의 개념을 엄격히 구분해 앞으로 보장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서울에서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지역으로 꼽히는 관악구 신림동 일대 업소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10여개 업소 점검에서 청소년을 주로 고용하는 PC방과 카페·미용실 등은 휴게시간을 계약서에 명시하고 제대로 보장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특히 최저임금 지급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근로계약서를 요구해도 대부분 업소에서는 점장 부재 등을 이유로 발뺌하기에 급급해 근로계약서 미작성이 의심되는 사례가 상당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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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고용노동부와 여가부 등에 따르면 2012~2016년 방학 동안 청소년을 고용한 전국 2,683개 업소 중 792곳에서 1,622건의 노동법규 위반행위가 적발됐다. ‘근로계약 미작성 및 근로조건 명시 위반’이 622건(38%)으로 가장 많았고 ‘최저임금 미고지’ 322건(20%), ‘최저임금법 위반’ 158건(10%) 등이 뒤를 이었다.

합동점검이 효과를 보려면 단순한 경고 및 시정 조치 수준에 머물지 않고 과태료 부과 등 보다 엄격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114조는 근로조건을 명시 및 교부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벌금을 내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게 현실이다. 이와 별도로 단속시간대 역시 심야로 확장하고 방학기간 외에도 불시점검하는 횟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해도 대부분 벌금 부과 수준이며 법원 판결로 넘어가도 실제 액수가 크지 않다”며 “교통법규처럼 전반적으로 근로기준법도 과태료 기준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용·신다은기자 yongs@sedaily.com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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