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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AG]'맏형의 투혼' 이승훈, 금빛질주

찢어진 다리로 빙속 1만m '1위'

2시간 뒤 팀 추월서도 金…3관왕

오늘 매스스타트서 4관왕 정조준

심석희·서이라·김보름 등

한국, 하루에만 6개 ‘금 잔치’

일본 제치고 종합1위 등극

2010년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이승훈(29·대한항공)이 처음 금메달을 땄을 때 해외언론들은 패닉에 빠졌다. 네덜란드 등 유럽이 독점하다시피 하던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무명의 한국 선수가 갑자기 툭 튀어나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현장의 외신들은 이승훈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아시아인은 장거리 빙속에서 우승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깬 이승훈은 7년이 지난 지금도 장거리 간판이다. 주종목을 신설된 매스스타트(단체 출발)로 바꿔 세계랭킹 1위를 질주하고 있다.

22일 일본 홋카이도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1만m. 이승훈은 부상을 안고도 가볍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부상 전인 두 달 전보다 기록은 더 좋았다. 지난 20일 5,000m 우승에 이어 두 번째 금메달을 딴 그는 이어 열린 팀 추월에서 다시 시상대 맨 위에 섰다. 동계아시안게임 2회 연속 3관왕. 25바퀴를 도는 최장거리 경기 후 불과 2시간 뒤의 일이었다. 주형준·김민석과 함께 아시아 신기록을 작성했다.


23일 매스스타트에서 한국 선수 최초의 4관왕을 노리는 이승훈은 “경기를 소화할수록 몸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며 “태극기가 일장기 사이에서 올라가 기분 좋다”고 말했다. 5,000m에 이어 1만m에서도 이승훈이 1위, 일본 선수들이 2·3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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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m 레이스에서 이승훈은 나 홀로 ‘월드클래스’를 뽐냈다.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는 막판으로 갈수록 더 폭발적인 힘을 냈다. 800~2,400m 구간의 매 400m를 모두 32초대에 끊었는데 마지막 한 바퀴는 30초54로 오히려 더 빨랐다. 기록은 13분18초56.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월드컵 때의 기록을 약 7초 앞당겼다. 2위인 일본의 츠치야 료스케(13분23초74)와는 5초 이상 벌어졌다. 츠치야는 7,600m까지는 이승훈에 앞섰지만 스퍼트에서는 역부족이었다.

사실 이승훈은 이번 대회 출전 자체가 불투명했다. 10일 강릉세계선수권 팀 추월 경기 중 넘어져 자신의 스케이트 날에 오른쪽 정강이를 벴고 8바늘을 꿰매야 했다. 평창올림픽 준비를 위해서라도 아시안게임은 거르는 게 맞지만 이승훈은 후배들과 함께 팀 추월 경기에 나서야 한다며 삿포로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삿포로에 도착해서도 후배들이 신경 쓸까 봐 통증에도 인상 한 번 찡그리지 않았다. 5,000m만 뛰고 대회를 마감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승훈은 예정대로 경기를 강행했고 독보적인 레이스로 후배들과 금빛 미소를 나눴다.

스노보드 이상호, 빙속 이승훈에 이은 한국 선수단 세 번째·네 번째 2관왕도 탄생했다. 이날 쇼트트랙 여자 1,000m에서 금·은메달을 따낸 심석희와 최민정(1,500m 우승자)은 노도희·김지우와 합작한 3,000m 계주에서도 우승해 나란히 2관왕에 올랐다. 특히 심석희는 500m에서 중국 판커신의 반칙성 플레이에 가로막혀 메달을 잃었던 아쉬움을 하루 만에 씻어냈다. 남자 1,000m에서는 서이라·신다운·이정수가 1~3위를 싹쓸이했다. 이정수는 한 나라가 메달을 모두 가져가지 못한다는 규정에 따라 동메달을 양보했다. 남자 5,000m 계주에서는 중국에 막혀 은메달에 만족했다. 김보름의 빙속 여자 5,000m 우승까지 더한 한국은 이날 하루에만 금메달 6개를 추가, 금 12개(은 11·동 7개)로 일본(금 10개 등)을 다시 앞질러 1위로 나섰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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