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톡톡캠퍼스]“선배 번호 따고 싶으면 술 마셔” 대학가에 퍼지는 ‘꼰대혐오’

“제가 꼰대인가요...?”


지난 19일 페이스북 페이지 ‘고려대학교 대나무숲’에 게재된 글의 제목이다. 꼰대는 가부장적 남성중심주의, 서열문화를 강조하는 선배나 상사를 지칭하는 은어다. 글을 올린 학생은 자신을 이 학교 16학번 공대생이라고 소개했다. 이 학생은 글에서 “새터 때 제 전화번호를 17학번 후배들에게 적어도 3~4잔에서 많게는 반병까지 주면서 줬다”며 “술을 주기 전에 분명히 나랑 친해지고 같이 술 마시고 싶으면 앉으라고 했는데도 뒤에서 이를 두고 꼰대네”라는 험담을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번호 주기 싫은 사람한테 안 주고 주고 싶은 사람한테 주는 것이 꼰대라면 전 꼰대가 되겠습니다”고 밝혔다. 이 글을 비판하는 댓글이 다수 게재되자 이 학생은 “후배님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며 “제 기준에서 일방적으로 친구 관계를 형성하려 했던 제 잘못이 맞습니다”라고 사과문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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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사과문’ 해프닝은 최근 대학가에 급속히 확산중인 ‘20대 젊은 꼰대’를 둘러싼 논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11월 연세대서는 ‘20대 젊은 꼰대’를 비난하는 글이 온라인에 게재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당시 페이스북 페이지 ‘연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한 학생이 “졸업생 반지를 사야 한다”며 “선배들이 1~3학년 재학생에게 1인당 13만원씩 내도록 강요했다”고 고발했다. 또 다른 학생은 “1학년에게는 염색·치마·반바지 금지 등의 지침을 내렸다”고 폭로했다. 올해 대학교에 입학한 김지민(20)씨는 “친구들 대부분이 별 이유 없이 군기를 잡는 선배를 보면 무서워하기 보다는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후배들의 선배에 대한 반감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학내 꼰대’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직적 위계질서에 대한 사회 전반의 반감이 학내에 영향을 미친 자연스런 결과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 구성원들은 지금껏 위계질서에서 비롯된 수많은 사건·사고를 경험하며 꼰대 문화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해왔다”며 “젊은 꼰대에 대한 반감도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현상 중 하나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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