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자리 있다면 월급 100만원 깎여도 당장 가죠"

[외환위기 이후 최악 고용한파 실업급여 설명회장 가보니]

청탁금지법 시행 여파

음식점·주점 종사자 많아

교육좌석 모자라는 날도

실업급여 신청자 올 100만명

연간지급액 사상 첫 5조 넘을 듯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서울고용센터 강의실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권욱기자실업급여 신청자들이 서울고용센터 강의실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권욱기자




“요즘 요식업계 취업이 너무 힘듭니다. 요리사 일자리라면 월급이 50만~100만원 깎여도 마다하지 않을 거예요.”


지난 24일 서울 중구에 자리한 서울고용센터 실업급여설명회장에서 만난 김찬호(42)씨는 “예전에는 요리사 경력만 있으면 오라는 곳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렇지가 않다”며 “한집 건너 한집이 문 닫는 판에 요리사를 고용할만한 여력이나 되겠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고용시장에 휘몰아친 한파가 올해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면서 실업급여(구직급여) 신청자와 지급금액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 실업급여 지급액은 4조6,716억원으로 전년의 4조3,697억원보다 7% 가량 늘었다. 이 기간 신청자는 956만명에서 959만명으로 3만명 증가했다.

올해는 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터라 연간 지급금액이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청자 수도 외환위기 직후인 2009년 107만4,000명 이후 8년 만에 다시 100만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기록적인 수치는 센터 분위기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이날 교육시간인 오후 2시를 앞두고 직장을 잃은 구직자들이 센터로 몰려들었다. 정숙희 서울고용센터 실업급여팀장은 “요즘은 교육을 인터넷으로 수강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교육현장에는 인터넷 접근이 어려운 구직자들이 찾아온다”며 “그런데도 어떤 날은 강의실에 마련된 150석의 좌석이 모자라는 날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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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에는 올해 1월부터 지난 20일까지 2,583명이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464명보다 119명 늘어난 규모다. 서울지역 총 9개 센터의 신청자는 같은 기간 18만6명에서 18만8,950명으로 늘었다.



현장에서 만난 실업자들은 적은 월급을 받더라도 자리만 있다면 당장 다시 일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최정옥(70)씨는 “30대부터 식당 일만 했는데 나이가 많이 들어 권고사직 당했다”며 “예전에는 하루 10시간 일하고 월 200만원을 받았지만 이제는 150만원만 줘도 가고 싶다”고 토로했다. 설명회장에는 지난해 김영란법 시행 등의 여파로 음식점에서 근무하다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많았다. 실제로 음식점·주점업 종사자는 지난해 12월 말 현재 104만명으로 전년보다 3만3,000명이나 줄었다.

경비·의류유통·법률서비스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종사하던 실직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춘호(63)씨는 “아파트 관리실에서 설비와 전기를 담당하다 최근 퇴직했다”며 “설비 기술이 있으니 계속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희윤(37)씨는 “불경기로 의류업계도 많이 힘들다”며 “요즘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 온라인 판매 등을 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박모(72)씨는 “공증 업무를 했었는데 잘 나갈 땐 연 1억원도 벌었지만 지금은 3,000만원만 받아도 일하겠다”이라고 전했다.

/신다은·박우현기자 downy@sedaily.com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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