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최종변론 불참…장외 여론전 선택하나=박 대통령이 헌재 최종변론에 나가지 않기로 한 것은 방어권이라는 법적 권리를 포기한 것뿐만 아니라 여론전의 기회까지 놓친 것으로 정치권은 해석하고 있다. 만약 박 대통령이 헌재 출석을 선택할 경우 진짜 노림수는 ‘여론전’에 있었을 것이라고 정치권은 해석했었다. 박 대통령이 헌재에 직접 출석해 사법적 결백과 억울함을 호소할 경우 이는 우호 여론 형성에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여론전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았다고는 보기 어렵다. 최후변론문 낭독에 이어 재판관들의 신문을 받기보다는 장외 여론전을 펼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정치권은 분석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추가 여론전을 벌인다면 언론 인터뷰 등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태극기 집회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언론을 통해 ‘기획설’ 등을 재차 제기할 경우 이는 지지층을 곧바로 자극하는 ‘버튼’이 될 수 있다. 대략 15% 수준인 탄핵 반대 여론이 이를 계기로 30%선까지 높아진다면 헌재도 이를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박 대통령 지지층은 기대하고 있다.
②헌재 결정 전 자진사퇴=박 대통령이 헌재 탄핵 결정 직전에 자진해 하야를 선언할지도 모른다는 것은 최근 범여권에서 집중 제기된 시나리오다. 그러나 박 대통령 자진사퇴에는 ‘수사 및 사법처리 유예’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박 대통령이 하야할 경우 그로부터 60일 이내에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이 기간에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 및 기소를 하는 것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새 대통령이 당선된 후에 수사를 하겠다’는 정치권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게 하야설을 전파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가 이뤄질 경우 박 대통령은 하야 후 자신의 지지 세력을 모아 자유한국당 후보 당선을 위해 총력을 다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여야가 ‘대선 후 박 대통령 수사’라는 정치적 합의에 도달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③액션 없이 헌재 결정 수용=박 대통령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추가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헌재 결정을 기다리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박 대통령 측은 그간 헌재 결정을 지연시키기 위한 갖가지 수단을 동원한 데 이어 심판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등 ‘판 깨기’ 시도까지 했지만 헌재 측에 의해 제지당했다. 이에 박 대통령 측이 더 이상의 방어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헌재의 3월13일 이전 결정을 기다린다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 경우 헌재가 탄핵을 인용한다면 박 대통령은 즉시 파면돼 민간인 신분에서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아야 한다. 이 같은 최악의 경우를 앉아서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다.
④헌재가 탄핵을 기각한다면=헌재가 만약 박 대통령 탄핵을 기각할 경우 박 대통령은 그 즉시 권한을 되찾아 국정에 복귀한다. 이후 박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예상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박 대통령이 비록 대통령직에는 복귀하더라도 정치적인 힘을 완전히 상실해 임기만을 채우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또 하나는 정반대로 박 대통령이 권한을 회복하는 즉시 칼을 뽑아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박 대통령은 이미 수차례 검찰과 특검, 일부 언론 등의 불공정성을 지적한 바 있고 인터넷TV 인터뷰에서는 ‘특정 세력들에 의한 기획설’을 제기했다. 따라서 권한을 되찾으면 검찰 인사 단행, 특정 언론사와 언론인에 대한 법률 대응, 각계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 등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적으로는 개헌을 주도해 각 개헌을 원하는 정치세력들을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모이게 하는 한편 ‘개헌 대통령’이라는 업적과 함께 퇴임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