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개막전에서 미국은 1~5위를 싹쓸이하며 대반격을 선언했다. 지난해 2승(한국은 9승) 합작에 그쳐 최악의 시즌을 보낸 뒤였다.
가만히 두고 볼 코리안군단이 아니다. 26일 태국 촌부리의 시암CC(파72)에서 끝난 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대회 혼다 타일랜드. 한국은 우승자 양희영(28·PNS·사진)을 필두로 유소연·김세영이 2·3위에 오르며 리더보드 줄 세우기 ‘신공’을 과시했다. 톱10 중 5명이 한국인이었다. 장하나의 호주오픈 제패에 이어 2주 연속 우승에 성공한 한국은 역대 한국선수 시즌 최다승(2015년 15승) 경신에 대한 기대도 일찌감치 높였다.
악천후로 일정이 밀린 탓에 양희영은 현지시각 오전7시부터 3라운드 잔여 5개 홀을 돌아야 했다. 잠깐의 휴식 뒤 양희영이 18언더파 단독 선두, 유소연이 5타 차 단독 2위에서 마지막 4라운드에 나서면서 애초에 관심은 ‘한국이 몇 등까지 독점할까’에 맞춰졌다.
18홀은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긴 시간이지만 코리안군단은 이변을 허락하지 않았다. 부모가 각각 카누·창던지기 국가대표 출신이라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4위가 더 안타까웠던 양희영은 2년 만에 챙긴 LPGA 투어 트로피로 아쉬움을 덜어냈다. 상금은 25만달러. 지난해는 준우승 두 차례, 3위 네 차례로 번번이 우승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지 못했지만 올 시즌은 초반부터 무서운 기세를 과시한 것이다.
2년 전에도 이 대회에서 우승했던 양희영에게는 LPGA 투어 통산 3승째다. 그는 같은 조 유소연이 13번홀(파4)에서 ‘샷 이글성’ 버디를 잡으면서 3타 차로 쫓기기도 했다. 그러나 14번홀(파4) 보기 위기에서 먼 거리 파로 한숨을 돌린 뒤 쉬운 15번홀(파4)에서 우승을 예약했다. 유소연의 버디 퍼트가 홀을 스치고 지나간 뒤 양희영은 버디를 놓치지 않아 둘의 거리는 4타 차로 다시 벌어졌다. 특유의 부드러운 스윙으로 4라운드에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보탠 양희영은 최종합계 22언더파 266타로 마무리했다. 2위와 5타 차. 대회기간 시종 선두를 놓치지 않는 ‘와이어투와이어’, 이 대회 최소타 신기록(종전 21언더파)까지 곁들인 완벽한 우승이었다. 양희영은 “부모님 앞에서 우승해 더 기분 좋다. 첫 승이 일찍 나와 올 시즌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56개 대회 연속 컷 통과 기록을 이어간 유소연에 이어 15언더파의 김세영이 3위에 올랐다. 지난해 신인왕 전인지도 렉시 톰프슨(미국)과 함께 13언더파 공동 4위로 순조롭게 마쳤다. 전인지는 기존 후원사와 계약이 만료된 뒤 새 후원사를 찾지 못해 모자 앞면에 기업 로고를 달지 못한 채 시즌을 출발했다.
손가락 부상 뒤 6개월 만에 실전에 나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인비는 5언더파 공동 25위로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다. 4라운드 퍼트 수 26개로 퍼트 감마저 회복한 박인비는 든든한 에이스로 돌아올 조짐이다. 다음 대회인 싱가포르 HSBC챔피언스부터는 ‘슈퍼루키’ 박성현마저 가세해 ‘완전체 코리안군단’의 대공습이 시작된다. 물론 세계랭킹 1·2위인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은 여전한 위협이다. 코치·캐디·클럽을 모두 바꾼 리디아 고는 시즌 첫 톱10(공동 8위)에 들었고 쭈타누깐도 역시 8위로 선방하며 우승을 재촉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