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해 초 인사에서 해외 근무 연한을 없애는 동시에 해외 지점 근무를 연이어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해외 근무 원칙을 완전히 바꿨다. 취임 초부터 차세대 먹을거리로 해외 시장을 강조해온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해외 인사 원칙을 전면 재검토하도록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과거와 같은 포상 식 해외 근무로는 어느 정도 성장은 담보할 수 있지만 제2의 신한베트남과 같이 비약적인 발전은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베트남 모델을 미얀마 등 다른 지역에도 확대하기 위해 인사 원칙을 통째로 바꾼 것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3·4분기까지 36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베트남 외자은행 1위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먼저 해외 근무 3년 룰을 없앴다. 은행에서 해외 근무는 암묵적으로 고생한 직원들에게 일종의 인사 ‘배려’로 통했다. 신한은행을 이런 인사 룰에 붙잡혀서는 제대로 된 글로벌 인재를 키울 수 없다고 보고 올해부터 근무 연한을 없애고 실적에 따라 근무 기한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 고위관계자는 “해외 근무자도 실적에 따라 6개월마다 인사 대상이 된다”면서 “근무 연한이 해외 근무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는 것이 취지”라고 말했다.
또 해외 지점에서 곧바로 또 다른 해외 지점으로 가는 ‘글로벌 투 글로벌’ 근무도 가능하게 했다. 해외 근무가 ‘꽃보직’으로 통했던 만큼 글로벌 근무 후 다른 해외 행은 불문율이었으나 이를 깬 것이다. 실제 이번 인사에서 베트남에서 인도네시아로, 미얀마에서 캄보디아로, 인도에서 베트남으로 가는 등 글로벌 지점에서 연이어 근무하게 된 직원들이 나왔다. 또 해외 근무 시 승진이 어렵다는 관행도 깨고 해외 근무에서 우수한 실적을 내는 직원은 오히려 더 승진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인사 파격에는 신한은행의 글로벌 전략을 대폭 수정한 조용병 회장 내정자가 자리하고 있다. 조 내정자는 뉴욕지점장을 거쳐 글로벌 사업 전무를 맡았던 만큼 글로벌 사업에 대한 이해도 높고 애정도 남다르다. 그는 이미 취임 초 베트남 지점을 방문한 자리에서 “해외에 ‘지점’이 아닌 제2의 신한은행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시장에서 제2의 신한은행은 ‘진출’에만 방점을 찍은 구색 맞추기용이 아니라 글로벌은행과 경쟁해 실제 수익을 내는 은행으로 풀이된다. 조 내정자가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로 올 3월 취임을 하게 되면 신한은행의 해외 진출은 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위성호 행장 내정자 역시 글로벌 안목이 탁월해 해외 진출에서 시너지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보리·조권형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