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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루시드 드림’ 강혜정, ‘하루 엄마’와 ‘여배우’ 사이에서 '강혜정 찾기'

강혜정이 실로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1982년생이니 이제 30대 중반, 여배우로서는 한창 열심히 일할 나이지만, 강혜정은 2014년 연말 개봉한 김성호 감독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이후 2년을 훌쩍 넘겨 김준성 감독의 ‘루시드 드림’을 통해 다시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2월 22일 개봉한 영화 ‘루시드 드림’에서 사실 강혜정이 맡은 비중은 그리 크지는 않다. 강혜정은 영화에서 3년 전 아들을 납치당한 이후, 루시드 드림을 통해서라도 아들을 납치한 범인의 단서를 찾으려 하는 대호(고수 분)의 친구이자, 국내 루시드 드림 연구의 권위자인 ‘소현’을 맡아 전형적인 ‘박사님’ 캐릭터를 선보인다.

영화 ‘루시드 드림’ 강혜정 / 사진제공 = NEW영화 ‘루시드 드림’ 강혜정 / 사진제공 = NEW





영화 ‘루시드 드림’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강혜정 역시 이런 부분을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었다. 강혜정은 사실 인터뷰 등 ‘루시드 드림’의 홍보활동을 별개로 진행할 생각까지는 없었다. 사실 시나리오에서 강혜정이 연기한 ‘소현’의 분량은 주연급이라고 부르기 힘든 분량이었기에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조금은 민망했다고. 하지만 막상 영화로 만들어지자 ‘소현’의 분량은 오히려 시나리오보다 대폭 늘어나 ‘주연’이라고 하기에 좋은 분량이 됐고, 강혜정 본인도 2년 넘게 언론과 만나지 않다보니 겸사겸사 오랜만에 인터뷰를 진행하게 됐다.

강혜정을 영화나 드라마 같은 작품으로 만나는 것은 매우 오랜만의 일이지만, 그렇다고 강혜정의 모습이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남편인 타블로와 함께 KBS의 육아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며 ‘하루 엄마’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았기 때문이다.

강혜정이 최근작이었던 ‘개를 훔치는 방법’에 출연한 것도 바로 딸인 하루를 위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 강혜정은 극 중 두 아이의 어머니 역할로 강혜정이라는 이름값에 비하면 비중이 작은 조연으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가 이제 굉장히 찾아보기 힘들어졌잖아요. 김혜자 선배님이 우리가 이런 영화를 서포트 해줘야 하지 않냐고 말씀을 하셨어요. 우리도 어릴 때 ‘호소자’ 같이 우리 또래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를 보고 자랐잖아요? 역할이나 비중 이런 걸 떠나서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가 꾸준히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에 공감을 했죠. 그런데 만들고 나니 하루가 제일 좋아해요. 영화를 보니 귀여운 강아지도 나오고, 제 또래 언니들이 직접 나오고, 게다가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고.”

영화 ‘루시드 드림’ 강혜정 / 사진제공 = NEW영화 ‘루시드 드림’ 강혜정 / 사진제공 = NEW



강혜정과의 인터뷰는 배우 강혜정과의 인터뷰라기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 ‘하루 엄마’를 인터뷰하는 기분이었다. 영화배우가 본업인 강혜정이지만, 어느 덧 강혜정이라는 배우의 삶의 기준은 ‘강혜정’ 본인보다 딸인 ‘하루’와의 관계에 더욱 맞춰져 있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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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하루는 엄마가 배우를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근데 제가 ‘개를 훔치는 방법’에 나온 모습을 보고 나서는 엄마가 배우라는 것을 존경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지금은 엄마가 촬영나가는 걸 질투하거나 하진 않아요.”

“제가 사실 옛날에 꿈이 투니버스 성우였어요. 그래서 애니메이션 ‘빨간 모자의 진실’ 더빙을 했을 때도 초등학생 친구들이 동네에서 절 보면 ‘빨간 모자 누나’라고 불러주는 게 그렇게 기분이 좋았거든요. 지금은 하루가 제일 좋아해요. 딸이 저보고 ‘사이코 늑대’ 이런 대사 흉내내달라고 하고. 그러면 난 또 그걸 다 흉내내주면 애는 엄마 잘 한다고 박수치고. 누가 시켜도 안 하는데 오직 딸이 시키면 다 하게 되더라고요.”

남편 타블로와 함께 하루를 오손도손 키우며 살아가는 강혜정의 모습은 매우 보기 좋았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한 편으로는 배우 강혜정의 연기를 다시 한 번 제대로 보고 싶다는 욕심도 당연히 있기에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강혜정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 출연해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박찬욱의 뮤즈였으니 말이다.

영화 ‘루시드 드림’ 강혜정 / 사진제공 = NEW영화 ‘루시드 드림’ 강혜정 / 사진제공 = NEW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가장 궁극적인 목표가 가정의 행복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 제 일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배우라는 직업이 저만의 행복을 따라가기에는 제 뜻대로 안 되는 부분도 많고, 인기라는 것도 떨어지면 그만 두거나 억지로 버티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거든요. 물론 저는 배우라는 직업으로 계속 버티고 싶으니 이런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요. 이젠 배우로서 그런 고민을 해야 하는 나이가 된 것 같아요.”

“솔직하게 말해서 그냥 그럴 수 있으면 평생 백수로 지내며 하루만 키우며 지내고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하루도 이제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자기 삶을 찾아갈 것이고, 그렇다면 그 반대에는 엄마로서의 제가 아닌 ‘강혜정’으로서의 제 삶도 있는 것이거든요. 아이가 커서 더 이상 저랑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다시 일을 한다기 보다,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저도 배우로서 길을 조금씩 찾아가야죠.”

/서경스타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원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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