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이 신용평가사들과 연이어 전쟁을 진행할 태세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해 12월 말 이랜드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을 BBB-로 강등시킨 데 이어 한국기업평가마저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 자칫 이랜드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기평은 이랜드리테일의 상장 예비심사 승인이 3월 중 나지 않을 경우 기업 신용등급 하락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기평 관계자는 “계열사의 체불임금 문제 등으로 이랜드리테일 기업공개(IPO)가 어려울 경우 확대된 재무 리스크를 이랜드월드·파크·리테일의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이랜드리테일 예비승인심사에 앞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이랜드파크 임금체불과 관련해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거래소가 요구한 자료는 미지급 임금의 공탁계획 등에 관한 것으로 이를 토대로 예비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랜드 측에서 자료를 제출하면 그것을 기반으로 예비심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언제 검토가 끝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계약직뿐만 아니라 정규직의 임금 체불 문제도 거론돼 상장심사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애초 이랜드그룹 재무 상황을 감안해 이랜드리테일에 상장심사간소화(패스트트랙) 제도를 적용하기로 결정하고 1월 중 심사결과를 통보, 이르면 상반기 중 상장을 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계열사 이랜드파크가 최근 수년간 근로자 4만4,360명에게 약 84억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지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고 이랜드리테일 상장은 무기한 연기된 셈이다.
이랜드그룹은 3월 초 자료를 제출한다는 입장이고 아무리 빨라도 3월 중 상장심사가 끝날 가능성이 낮아 한기평의 신용등급 하향검토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철구 한기평 전문위원은 “티니위니 브랜드와 부동산 매각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2015년 말 이후 이랜드그룹이 추진했던 자구계획이 지연되거나 축소되는 등 미흡한 상황이라 경영진의 의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신평에 이어 한기평마저 신용 등급을 낮춘다면 이랜드그룹의 자금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신용등급 하락에 따라 조기상환을 해야 하는 차입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앞서 이랜드는 한신평의 등급하락에 대해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이랜드파크는 체납됐던 아르바이트 임금 지불로 인해 정규직들의 급여 50%를 미루는 등 자금 상황이 좋지 않다”며 “3월 초로 예정된 티니위니 브랜드 매각대금 지급이 지연되거나 이랜드리테일 IPO 일정이 미뤄진다면 재무 리스크가 더욱 커져 잇따른 신용등급 하락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