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우선 주목되는 점은 단가의 착시 효과다. 수출에 따른 고용효과가 커지려면 생산량이 늘어야 하는데 물량 자체는 주춤한 가운데 일부 업종의 단가가 회복되면서 전체 수출금액이 늘어난 것뿐이다. 그것도 중간재의 국내 조달 비중이 낮아 내수진작 효과가 적은 반도체와 석유화학·디스플레이 등이 수출을 주도하면서 내수와의 연관성이 떨어지고 있다. 수출 증가의 효과가 몇몇 대기업을 중심으로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수출증가→고용 확대→소득증가→소비증가로 이어지는 경기 선순환 사이클이 끊어지고 있다.
이는 결국 소비심리 위축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3.3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쳤던 2009년 3월(75.8) 이후 최저 수준이다. 장기화하는 고용불안에 노후에 대한 걱정까지 겹치면서 가계가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소비성향은 71.1%로 전년보다 0.9%포인트 떨어지면서 잃어버린 20년 기간의 일본보다 더 낮아졌다.
수출 호조와 내수 부진이라는 불균형의 고리에서는 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 장치산업이 대부분인 대기업의 고용 효과가 떨어진다면 중소기업을 활성화해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규제프리존법의 조속한 입법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벤처기업들이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에서 많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또 청탁금지법의 식사·선물·경조사비 한도를 확대해 요식업과 농축산업 등이 살아날 수 있는 길도 터줘야 한다. 이런 규제들을 두고 내수가 살아나기를 바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