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방송된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동해의 바다곳간을 열다 - 울진 왕돌초’ 편이 전파를 탔다.
울진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km 떨어진 동해의 해저에는 거대한 수중암초, 왕돌초가 숨어 있다.
오랜 세월 수많은 생명을 키워 온 왕돌초에는 120여종의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동해 어부들의 곳간, 왕돌초가 내어준 울진의 겨울 밥상을 맛보러 떠난다.
■ 왕돌초 명성의 일등공신, 대게
왕돌초는 오래전부터 동해안 지역 어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자리 잡았다. 왕돌초 명성의 일등공신은 바로 대게! 울진 후포항은 겨울철이 되면 대게를 맛보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인다.
선대부터 왕돌초에서 어업활동을 해온 오정환 씨는 매일 새벽 대게 잡이 조업에 나선다. 밤샘 조업에 허기가 질 때면 종종 대게로 배를 채운다. 오늘은 아내가 챙겨준 갖가지 재료들을 넣고 된장을 살짝 풀어 대게탕을 끓인다.
잡아온 대게를 후포항에서 위판 하는 일은 아내 임영서 씨가 담당한다. 위판을 마친 후 임영서 씨가 대게 조업으로 지친 오정환 씨와 선원들을 위해 든든한 한 상을 준비한다. 속이 꽉 찬 대게찜과 대게 등껍질에 밥과 김, 참기름을 넣고 비벼낸 대게비빔밥 맛이 일품이다. 조업으로 힘든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대게밥상, 거친 바다 일을 이어나가는 든든한 힘이 된다.
■ 대게가 최고의 효자! 대게 마을 구산리
울진군 기성면 구산리에서는 대게를 생선 말리듯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말린 대게는 간식으로도 먹고 멸치처럼 육수를 낼 때 쓰기도 한다. 그 육수에 끓여먹던 오랜 전통음식이 바로 대게국죽, 말린 대게에 쌀과 국수, 시래기를 넣고 푹 끓이는 음식이다. 대게국죽은 먹을 것 없던 시절, 온 가족 두루두루 배부르게 해준 고마운 음식이었다.
이곳에서는 대게를 김장에 넣기도 하는데, 간단하게 배추 겉절이를 만들 때에도 대게를 넣는다. 구산리만의 별미이다. 일년에 반 이상 이루어지는 대게 조업, 모두가 대게 덕분에 생계를 유지하고 배까지 든든하게 채우니, 그야말로 대게가 마을의 효자이다.
■ 울진 겨울의 별미, 퉁수
이 겨울 울진에는 대게뿐 아니라 다양한 해산물들이 올라온다. 울진 겨울바다의 또 다른 명물인 퉁수, 못생긴 생김새가 아귀와 닮아 아귀 사촌이라고도 불리는데, 다른 곳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울진사람들에게는 친숙한 생선이다.
기성면 사동리의 임경록 씨는 한 평생 울진 앞바다에서 퉁수를 잡아왔다. 퉁수의 맛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맑은탕이 제격이다. 큼직하게 썬 무와 퉁수, 으깬 애를 넣고 맑게 끓인 퉁수탕은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미나리와 콩나물 등을 넣고 매콤하게 찐 퉁수찜은 밥반찬으로 술안주로 인기가 좋다. 몸은 힘들어도 뱃일 덕분에 삶이 활기차니 바다에 기대어 사는 삶이 행복하다.
■ 이 겨울 울진 앞바다의 또 다른 주인공, 울진문어
울진군 북면 나곡리의 이희봉 씨와 이영탁 씨는 단지를 이용한 전통 방식으로 문어를 잡는다. 밧줄에 단지를 주렁주렁 매달아 바다 아래 내려놓으면 웅크리고 숨어있기 좋아하는 문어가 제 집인 줄 알고 단지로 찾아든다.
이영탁 씨가 오늘 잡은 문어 한 마리를 집으로 가져오니 아내 고영순 씨가 문어무침, 문어탕 등 영양만점 문어밥상을 준비한다. 집안의 반대로 힘들게 결혼한 부부는 눈물겹게 가난한 생활을 시작했지만, 부부는 네 딸들과 함께 굽이굽이 삶의 고비를 넘어 힘든 시절 잘 지나왔다. 바다가 있어,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 한평생 큰 걱정 없이 살았음에 감사하다.
[사진=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