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기업공개(IPO)의 최대 기대주로 꼽히는 스냅 공모에 기관들의 주문이 발행물량보다 10배 이상 몰리면서 공모가가 당초 예상보다 높은 주당 17달러로 결정됐다. 뉴욕증시의 사상 최고가 랠리와 스냅의 화려한 증시 데뷔에 힘입어 올해 미 IPO 시장이 전년의 부진을 털고 기지개를 켤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스냅은 2일(현지시간)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시작되는 첫 주식거래를 앞두고 공모가가 주당 17달러로 책정됐다고 1일 공식 발표했다. 예상 공모가인 주당 14~16달러를 뛰어넘은 것이다. 이로써 전환사채·스톡옵션 등을 포함한 총 발행주식 수가 139억주인 스냅의 기업가치는 236억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지난 2011년 에번 스피걸과 보비 머피가 공동 창업한 스냅은 ‘스냅챗’이라는 모바일메신저를 서비스하는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상대방이 사진이나 메시지를 확인하면 10초 안에 메시지가 자동 삭제되는 기능을 앞세워 미 10~20대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최근에는 눈에 보이는 대로 스냅챗에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제품인 ‘스펙터클스’를 공개하며 하드웨어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스냅의 IPO 흥행 가능성에 대해 엇갈린 분석을 내놓았다. 지난해 순손실이 5억1,460만달러로 매출(4억400만달러)을 크게 웃돈데다 이용자 증가도 정체되면서 수익성과 성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에 스냅이 발행하는 주식에는 의결권이 없어 주주들의 경영 참여 길이 막혀 있다는 점도 기관투자가들의 불만을 샀다.
하지만 이날 공모에는 기관투자가들의 수요가 공모물량보다 10배 이상 되며 흥행 부진에 대한 우려를 날려버렸다. 2014년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이후 미국 기업으로서는 2012년 페이스북 이후 수년 동안 대형 IPO에 목이 말랐던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데이비드 킬크패트릭 테크노미디어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통신에 “현기증 나는 기업가치 평가만큼 현기증 나는 수요”라며 “수년 만에 찾아온 뜨겁고 새로운 무언가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의회에서 대규모 감세와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적극 주장해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은 것도 IPO 흥행에 일조했다. 1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46%나 상승한 2만1,115.55로 마감해 사상 처음으로 2만1,000선을 넘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장중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스냅의 성공적인 상장으로 올해 기업가치 10억~50억달러 기업들의 중소형 IPO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분석했다. 또 미 최대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클라우드 기반 파일 저장 서비스 업체 드롭박스 등 대형 유망주들의 연내 상장 추진 가능성도 한층 더 높아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2003년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미국 IPO 시장도 올해 기지개를 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 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들이 공모를 통해 끌어들인 자금은 241억달러로 전년(362억달러) 대비 3분의2로 쪼그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