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이 결정될 경우 7개월가량 앞당겨 치러지는 올해 19대 대선은 제1야당의 대선후보가 곧 대통령으로 여겨지던 지난 2007년 대선과 데자뷔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범여권의 발목을 잡아오던 탄핵심판이 끝나면 전통적 보수층의 결집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집권여당인 자유한국당과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보수성향의 바른정당 대선주자들의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 요인을 점검해봤다.
◇탄핵이 키워준 황교안, 탄핵 책임론 극복할까=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여권의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불과 올해 초만 해도 범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밀려 황 대행의 대선 출마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지난달 1일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황 대행은 보수진영의 여러 후보들을 제치고 단숨에 범여권 선두 주자 자리를 꿰찼다.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에 이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현 정부 들어 행정부 요직을 두루 맡으며 쌓은 풍부한 국정 경험은 강점이다.
하지만 황 대행을 유력 대선주자의 반열에 올려다 놓은 탄핵은 역설적으로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정농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뿐더러 대선 출마를 할 경우 또다시 ‘대행의 대행’을 세워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또 행정부 내각 외에 현실 정치의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성완종’ 족쇄 푼 홍준표, 영남 보수층 결합 기대=‘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의혹으로 정치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했던 홍준표 경남지사는 지난달 16일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으며 대선 출마를 위한 족쇄를 끊어냈다. 이후 홍 지사는 특유의 거침없는 발언으로 ‘친박’과 ‘친노’ 진영을 모두 저격하면서 대권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아직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홍 지사는 대중적 인지도를 앞세워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밝힌 범여권의 여러 주자들을 따돌리고 황 대행의 지지율을 맹추격하고 있다. 일명 ‘모래시계 검사’로 잘 알려진 높은 인지도와 함께 4선 의원, 당 대표를 거쳐 도지사에 이르는 정치적 중량감은 다른 후보들에게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그만의 무기다. 하지만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아직 대법원의 최종 선고가 남아 있는 것은 부담이다.
◇유승민, 탄핵 인용 후 보수 대안 부상할까=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대선주자 중 유일한 경제 전문가로 정책설계 능력에서는 단연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좀처럼 오를 기미를 안 보이는 지지율이다. 우선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TK)에서조차 황 대행은 물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도 뒤지고 있다는 점이 뼈 아프다. ‘원조 친박’ 출신으로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다는 ‘배신자 프레임’을 떨쳐버리지 못한 탓이다. 유 의원은 탄핵과 분당에 앞장서며 보수 지지층 일부를 ‘적(敵)’으로 돌린 대신 눈에 띄는 개혁 행보로 확장성이 높은 보수 후보라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정작 여론조사에서는 중도 표심을 안희정·안철수 등 야권 후보들이 독식하고 있어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상태다. 유 의원 측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오면 기각을 외쳤던 세력의 입지가 확 좁아지면서 등 돌린 보수 민심을 다시 품어 안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젊은 개혁보수의 남경필, 금수저 꼬리표 극복 과제=남경필 경기지사는 1965년생으로 현재 범여권의 대선주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젊다. 야권의 젊은 피인 안희정 충남지사와는 동갑이다. 그러나 비교적 젊은 나이와 달리 정치 경륜은 여느 대선주자 못지않게 풍부하다. 33세에 국회에 처음 입성한 그는 5선 의원을 지내고 2014년부터는 경기도지사로 활동 중이다. 남 지사는 경기도정 운영과정에서 야당과의 연정을 일궈내며 협치의 새로운 성공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국정운영에서도 야권과의 대연정을 공언하면서 ‘연정’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부유한 재력가이자 정치인의 아들로 정치에 입문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정치인생을 살아왔다는 ‘금수저’ 꼬리표와 그의 장남 이력 논란 등은 대권 주자로서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김현상·나윤석기자 kim01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