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 전속단체 국립무용단(예술감독 김상덕)이 핀란드 안무가 테로 사리넨과 협업한 레퍼토리 ‘회오리(VORTEX)’를 오는 3월 30일(목)부터 4월 1일(토)까지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지난 2014년 초연된 ‘회오리’는 전통춤을 기반으로 하는 국립무용단이 1962년 창단 이래 52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 안무가와 협업한 작품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초연 당시 한국춤의 원형에서 파생된 이국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움직임에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호평 받았다. 이후 2015년 10월 국내 재공연과 11월 프랑스 칸 댄스 페스티벌 공연을 거치며 국립무용단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했다. 칸 댄스 페스티벌 예술감독 브리지트 르페브르는 부임 후 첫 축제의 개막작으로 ‘회오리’를 선택했다. 그는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다른 것을 받아들이며 재능을 발전시켜 나가는 국립무용단의 시도 자체가 예술적”이라며 “한국의 전통춤이지만 현대성을 바라보는 ‘움직이는 전통’을 가진 작품”이라고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국립무용단이 최초로 시도한 해외 안무가와의 협업이 이러한 성과를 거둔 것은 안무가 테로 사리넨과 국립무용단이 ‘과거로부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공통분모를 지녔기 때문이다. 새로운 작품을 만들기 위해 근원과 전통을 탐구하는 테로 사리넨과 한국무용을 바탕으로 동시대적인 작품을 선보이고자 하는 국립무용단의 지향점이 맞닿은 탁월한 협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또한 대부분의 서양 춤이 하늘을 지향하고 각을 이루는 성향이 짙은 반면, 테로 사리넨의 움직임은 땅을 지향하는 자연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어 국립무용단의 움직임과 큰 이질감이 없었다. 그는 국립무용단과 협업하는 과정에서도 시종일관 ‘earth(땅)’라는 단어를 외치며 무용수들에게 땅의 기운을 느끼고 땅과 소통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테로 사리넨은 깊은 호흡으로 발 디딤을 하는 국립무용단 무용수들과 빠르게 교감할 수 있었다.
한국무용의 많은 춤사위가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들어졌듯이 테로 사리넨은 자신의 안무 또한 “무한하게 변화하는 이 세상의 동식물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모든 상징은 자연에서 찾을 수 있다”라고 전한다. 조안무로 참여하고 있는 국립무용단 수석 단원 김미애는 “테로 사리넨은 정중동을 중시하는 한국춤의 원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라고 했을 만큼 테로 사리넨의 안무 메소드와 한국춤의 특징이 잘 맞아떨어졌다.
테로 사리넨은 자신을 “고대와 원시로 돌아가 자연을 이야기하는 안무가”라고 소개하는 만큼 그의 자연주의적 철학은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테로 사리넨은 ‘회오리’를 총 3장으로 구성, 자연의 이미지를 형상화하여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조류’를 형상화한 1장은 남녀 군무를 통해 서로 대비되는 두 에너지의 흐름을 보여주고, 2장 ‘전파’는 4인무·2인무를 중심으로 조상들로부터 내려온 지식의 전수와 전파를 통해 인류의 근원을 탐구한다. 3장 ‘회오리’는 자연과 근원의 이해를 통한 인류의 도약과 전진을 화려한 피날레로 풀어낸다.
‘회오리’는 춤뿐만 아니라 무대·조명·의상·음악까지 모든 요소가 모여 거대한 회오리를 일으키는 작품이다. 간결한 검정색 무대와 노란색 댄스플로어, 에리카 투루넨의 모노톤 의상, 미키 쿤투의 조명이 만들어내는 무대는 시작은 잔잔하지만 점점 더 강렬하게 회오리의 이미지를 그려낸다. 마지막으로 음악감독 장영규가 이끄는 비빙의 라이브 음악은 제의적 춤사위에 생동감을 더한다. 특히 ‘회오리’를 위해 새롭게 작곡한 곡들에 비빙의 이전 레퍼토리가 더해져 있어 비빙의 음악 세계를 무용과 함께 즐길 수 있다.
테로 사리넨은 이번 재공연을 위해 작품의 큰 흐름을 유지하면서 장면 연결, 음악과의 호흡 등을 세부적으로 다듬어 선보인다. 국립무용단은 공연에 앞서 관객 참여 프로그램인 ‘오픈 리허설’을 3월 17일(금) 오후 8시 국립무용단 리허설룸(뜰아래 연습장)에서 개최한다. 오픈 리허설은 공연의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 무용수와의 대화, 주요 장면을 배워보는 시간 등으로 꾸며진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