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사건의 용의자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됐다가 추방된 북한 국적 리정철(46)은 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북한 대사관에서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는 공화국(북한)의 존엄을 훼손하는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현장에 있던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그는 공항에서 취재진이 “기분이 어떻느냐”고 물으며 인터뷰를 요청하자 손을 내밀어 막는 몸짓을 해 보이며 “이런 식으로는 안하겠다. 똑똑히(똑바로) 하자”며 언론 앞에 서겠다고 예고했다.
도착 2시간가량 뒤인 오전 3시께 베이징에 있는 북한 대사관에서 철망 너머로 대사관 밖에 모인 기자들에게 말레이시아 경찰이 “날조된 증거”로 김정남 살해를 자백하라고 강요했다면서 경찰이 휴대전화 통화 이력과 독약을 싼 종이, 자신의 가족 사진까지 제시하며 자신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리정철은 자신은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공항에 있지 않았다면서 문제의 차량이 그의 소유라는 보도도 부인했다.
그는 말레이 경찰이 모두 자백하면 말레이시아에서 잘 살 수 있다고 부추겼다며 “천만에, 말레이시아 땅에 아무리 잘 산다 할지라도 내 조국만 못하다”면서 “나를 이제까지 키워준 조국을 어떻게 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리정철은 지난달 13일 발생한 ‘김정남 VX 암살’에 연루된 혐의로 말레이 경찰에 유일하게 체포됐던 북한 국적자다.
말레이 사법당국은 리정철이 북한으로 도주한 용의자들에게 차량을 제공하는 등 범행을 지원한 정황을 포착했지만, 그가 혐의를 계속 부인하는 데다가 물증 확보에도 실패하자 기소를 포기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