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는 사실상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촛불집회에 대거 모인 인파에 호소하는 서명 운동이 줄을 이었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내란선동죄 등으로 수감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구명위원회가 간이 테이블을 놓고 서명 운동을 벌였다. 파란 조끼를 입은 앳된 얼굴의 20, 30대 봉사자들은 “박근혜 정권의 가장 억울한 정치적 희생양들이었던 이석기 의원과 내란음모조작사건으로 구속된 사람들이 돌아와야 진정한 민주주의가 이뤄진다”며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서명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구명위원회는 전지 크기의 입간판 6개를 세워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를 흠집 내는 주장을 서슴지 않았다. 입간판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통진당 해산 판결-연내 선고’방침을 회의에서 거론하고 며칠 후 박한철 헌재 소장이 연내 선고 입장을 밝혔다. 이는 김 전 실장과 대검 공안부장 출신 박 소장이 결탁했다는 명백한 증거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시위 참가자 대부분은 ‘이석기 및 양심수 석방’ 서명 운동을 흘낏 보고 그냥 지나쳤지만 서명서의 장은 금세 넘어갔다. 일반적으로 공개하기 꺼리는 휴대전화 번호 까지 기입하며 서명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바로 옆 테이블에서는 ‘이석기 내란음모의 진실을 담았다’는 <이카로스의 감옥>이란 이름의 책을 판매했다.
광화문 광장 중앙의 세종대왕상 앞에서는 ‘사시존치를위한고시생모임’의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서명 운동이 있었다. 이들은 ‘형사소송법’ ‘민법’등 수 백권의 사법고시 수험서들을 쌓아 제단을 만들어 ‘사시 존치’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몇몇 시민들은 이와 같은 서명 운동에 눈살을 찌푸렸다. “민중연합당(통합진보당의 잔존 세력)이 제작한 피켓을 일부러 피해서 들었다”는 윤 모씨(33·여)는 “당장 다음 주에 대통령이 탄핵될지도 모르는데 촛불집회의 메시지를 흐리는 서명운동이 보기 좋지만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