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4시30분께 을지로입구역 주변 대한문을 출발해 명동입구역으로 행진하는 ‘태극기집회’ 참석자들 머리 위로 수십 개 깃발이 나부꼈다.
대학 로고가 그려진 깃발들이 눈에 띄었다. ‘성균관대학교 구국동지회’라고 적힌 깃발을 든 배영복(76)씨는 성균관대학교 동기 10명이 함께 집회에 나와 있다고 말했다. 성씨는 “지인들끼리 연락해 뜻 맞는 사람끼리 모였다”며 “몇명의 사람들이 먼저 모여있으면 동문들이 깃발을 보고 찾아 온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73학번 최상교(63)씨는 헌법재판관 양심: 대한민국의 장래’라고 적힌 현수막을 동문 13명과 함께 나눠 들었다. “다들 시간 되면 나오는 거다. 나는 오늘 결혼식 끝나고 여기 들렀다”고 말했다.
이들 대다수는 집회 장소에서 동문들을 만날 수 있어 반갑다는 반응이었다. ‘배제학당 73회’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행진하던 조성휘(73)씨는 “동문 13명이랑 함께 왔다”고 말했다. 조 씨는 “내 나이쯤 먹으면 고스톱 치고 대포 먹곤 하는데… 모처럼 모여서 좋은 자리 한번 나온 거지”라고 이어 말했다.
육군사관학교 출신 군인들도 나섰다. 2002년 전역했다는 임모(70·남)씨는 ‘육사 27기 구국동지회’라고 적힌 깃발 들고 집회에 참여했다. 붉은색 깃발 위로는 ‘탄핵기각 종북척결’ ‘헌정유린 국회해산’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고 아래에는 ‘육사’라고 적힌 마크가 붙어있었다. 2002년 전역했다는 임씨는 “육사는 기수별로 ‘카페’를 만들어두는 데 거기 올라온 일정을 보고 오늘 동기들과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ROTC 29기 동지회’라고 적힌 깃발을 어깨에 얹고 행진하던 김학태(70·남)씨는 “원래 나는 24기인데 29기가 사정이 있다고 해서 오늘은 29기 깃발 들고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동기들끼리 연락망이 구축되어있다”며 “연락이 오면 나한테 할당된 5명에게 다시 연락을 하는 식으로 연락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건 국가를 전복하려는 시도라 주장했다. 월남전에 참전했다는 임경선(72·남)씨는 “우리는 국가를 위해 앞만 보고 살아온 사람들이다”라며 “나라를 여기저기서 흔들려고 하니 참을 수가 없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을 드러내는 깃발도 적지 않았다. ‘고양시민모임’ 이영수(67)씨는 “카카오톡과 밴드를 활용해 미리 얘기를 해둔다”며 “현장에서 깃발 보고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김우보· 박우현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