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소비자가 무지하다거나 소비자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오만입니다.”
최근 화장품 창업멘토로 주목받고 있는 김수미(사진) 코스웨이 대표는 예비창업자들에게 핵심 고객의 원하는 바를 끊임없이 파악하라고 조언했다. 소비자에게서 배운다면 스타트업(신생 벤처)일지라도 빅브랜드를 이길 수 있다고 단언했다.
김 대표는 최근 서울 역삼동 팁스타운에서 열린 스타트업 육성·소통모임인 고벤처 차이나포럼에서 이같이 강연했다. 그는 국내 중소기업에서 상품기획, 마케팅, 해외 브랜드 계약 등을 20여년간 맡으면서 쌓은 노하우를 중소 화장품 최고경영자(CEO)들과 학생들에게 10여년간 강의해온 코스메틱 전문가다.
그는 “소비자가 화장품 브랜드를 인식하고 즐겨 사용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그 과정이 마치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과 같다”며 “2~3년 창업에 전력해 성공해 보겠다는 생각은 과욕”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시장의 팽창과 K뷰티의 인기로 화장품 창업 열기도 커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 화장품 전문가가 많지 않다고 김 대표는 지적했다. 그는 “국내 화장품 공장이 3,000개에 달하고 브랜드만 1만개가 넘지만 제대로 상품기획, 마케팅, 브랜드 전략 등을 이끌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화장품 산업이 원래 제조·개발·영업·포장·물류 등 15개 이상의 업무 조합으로 이뤄지는데다 각 분야 종사자들의 가치 기준과 용어들이 달라 체계적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예비창업자들이 첫발을 브랜드·유통·제조 등 어디에 내디딜 것인지 명확히 진로를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예전에는 기초부터 색조까지 제품의 라인을 갖춰야 사업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한 제품만으로도 기업이 생존하는 환경으로 변했다”며 “1인 창업으로 만든 브랜드만으로도 소비자가 인식하고 선택하는 이른바 ‘인지산업’이 됐다”고 말했다.
물론 브랜드로 접근하더라도 사업구축은 쉽지 않다. 김 대표도 자기 사업을 위해 지난 2015년에야 코스웨이를 설립했다. 1990년대 중반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고 소개한 그는 화장품업계에서는 잔뼈가 굵었지만 창업은 늦깎이였다.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었다. 창업 동업자 5인이 사업 초기 증자를 위해 주식액면분할 공고를 신문광고에 내는 데 수십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그는 “정관을 바꾸면 홈페이지에도 공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았다”며 “해외 비즈니스에만 정통했을 뿐 대관·총무·관리 일들에 자신이 문외한이었고 기업에 있을 때 작은 일 하나라도 직접 해봐야 한다는 점을 그때 깨달았다”고 말했다.
창업 1년 반 만에 코스웨이 브랜드 ‘아르테티크’는 신라면세점 온라인몰을 비롯해 국내 백화점 온라인몰에 입점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그는 “신생 브랜드인 만큼 핵심 고객에 집중하고 핀터레스트·인스타그램 등을 이용한 이미지텔링으로 노출 효과를 극대화해 고객부터 만들어가는 린(lean) 브랜드 전략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화장품 트렌드를 국내에 알리는 데 힘 쏟는 그에게 K뷰티는 큰 기회이며 자산이다. 그는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 인수합병(M&A)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고 국내 기업과 인력도 그 대상”이라며 “K뷰티가 거대한 흐름임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화장품이 자신의 인생에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고 밝힌 그는 “돈만 바라본다면 창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창업은 인생에 대한 투자”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