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 발표를 앞두고 여권이 잇따라 ‘기각론’을 제기하며 헌법재판소를 압박하고 있다. 헌법재판관 8명 중 2명이 기각, 2명이 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식의 논리다.
기각론의 포문은 박 대통령 측이 열었다. 박 대통령 대리인인 손범규 변호사는 지난달 28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헌재의 각하’ 필요성을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김 전 지사는 이달 2일 한국당 비대위원 회의에서 “탄핵절차의 위헌성을 이유로 각하나 기각을 요구한다는 것을 당론으로 채택해주기 바란다”고 공식 요구했다. 이튿날에는 윤상현 의원이 “지금 탄핵 문제에 대해 (당의) 입장이 없다는 게 더 이상하지 않으냐”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그러나 법조계는 회의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각하론의 주요 근거는 국회가 탄핵소추안 의결 전에 탄핵사유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절차적 문제인데 헌재는 국회 조사절차가 의무 아닌 재량의 문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13건의 탄핵사유를 별건이 아닌 한 묶음으로 처리했다는 것도 각하론의 요지지만 헌재는 이 역시 문제가 안 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 같은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여권의 기각론 띄우기가 이어진 것은 보수층 결집을 위한 동력 마련 차원으로 풀이된다. 헌재가 만약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릴 경우 여권은 기각이라는 또 다른 선택지가 있음에도 이를 도외시했다는 여론전을 펴며 박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을 보수 유권자를 통해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