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미술관의 역할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에 최효준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같이 답했다. 최 관장은 이를 ‘간판’에 빗대 “눈에 띄기 위한 간판 경쟁이 도시 미관을 해치던 시절이 있었지만 규제나 정책으로는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면서 “글씨가 좀 작거나 아름답게 만든 간판도 시선을 끌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게 하려면 법적 규제보다 그 선례가 될 좋은 간판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미술관은 좋은 간판을 먼저 보여주는 ‘전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그것을 본 사람들의 공감을 파고들어 생각까지 바꾸게 된다는 설명이다. 물론 “특정한 목적을 둔 순수하지 않은 접근은 견제해야 한다”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흔히 예술가들은 ‘잠수함의 토끼’ ‘탄광의 카나리아’에 비유된다. 위험을 미리 알고 경고해주는 선견자의 역할을 의미한다. 최 관장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는데 그에 대한 대안 찾기는 학자·정치가·사회운동가 등 모두의 일”이라며 “그중에서도 예술가는 새로운 이념, 문명사적 전환기의 방향 제시에 가장 탁월하다”고 강조했다. 무언가 뚜렷하게 말이나 글로는 정리하지 못하더라도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이 결국 우리를 구원할 겁니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우리 삶이 풍요롭고 윤택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예술이 우리가 추구할 방향성을 제시하고 때로는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이렇게 절박한 시기에 말입니다.” 곱씹어보게 만드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