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가 신작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騎士團長殺し)’에서 난징(南京)대학살을 언급한 것과 관련, 일본 우익들의 집단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를 통해 ‘일본군이 항복한 병사와 시민 10만~40만명을 죽였다’고 표현한 것이 문제가 됐다. 소설 속 한 등장인물은 “일본군은 포로를 관리할 여유가 없어서 항복한 병사와 시민 대부분을 살해하고 말았다”고 전하며 “중국인 사망자가 40만명이라고도 하고 10만명이라고도 하는데 그 차이가 큰 이유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라고 묻는다.
난징 대학살은 1937년 일본이 중국 난징을 점령했을 때 벌어진 학살 사건으로 40일간 30여만명의 중국인이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은 학살 사실은 인정하지만 피해자 수를 확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설 속에 이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본의 우익 네티즌들은 블로그나 SNS등을 통해 하루키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하루키에 실망했다”, “40만명이라니 중국의 주장보다도 10만명이 많다”, “하루키는 근거를 명확히 대라”, “그렇게 까지 노벨상을 타고 싶은 것인가”, “중국을 좋아하는 작가가 쓴 자학사관이다” 등의 내용을 담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또 호텔 내부 방에 우익 서적을 비치해 논란을 빚은 모토야 도시오(元谷外志雄) 아파호텔 최고경영자(CEO),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在特會)의 전직 회장으로 최근 혐한 정당을 만든 사쿠라이 마코토(櫻井誠) 등 일부 우익 인사들은 이와 관련해 하루키를 공개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키는 과거사에 대한 소신을 지속적으로 밝혀온 작가로 유명하다. 지난 2015년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사죄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며 과거 일본의 침략 사실을 인정하고 상대국이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