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똑똑한_직장생활 가이드 ‘플랜 Z’] <15>흐뭇한 이메일 쓰기



이메일은 잘 써야 한다. 기록이 남는 소통이며, 자신의 프로페셔널리즘을 공적으로 보여주는 한편의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메일 한 통으로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하기도 하고 부정적으로 바뀌기도 한다. 전직원 대상으로 보내는 이메일이거나 중요한 윗분께 보내는 이메일이라면 그 여파는 생각보다 클 수 있다. 특히 나를 직접 평가할 기회가 많지 않은 상사에게 보내는 이메일일수록 신경 써야 한다. 그것이 나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매우 치명적인 MOT, 즉 결정적인 순간(moment of truth)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관점에서 쓰라


상사는 하루 100여통 가까운 이메일을 받으며 정보를 취합하고 보고를 받는다. 상사 입장에서 가장 흐뭇하게 느껴지는 이메일은 제한된 시간과 정보안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의사결정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이메일이다. 상사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사진 찍듯 묘사하면서 끝을 맺는 이메일은 답답하게 느껴진다.

상사의 관점은 항상 미래다. ‘일이 이렇게 되었다’ 라는 내용보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so what’이 더 알고 싶은 초미의 관심사다. 상사가 메일을 검토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것을 감안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보다는 그 일을 중심으로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좋다. 과거에 일어난 일은 왜 다음 일이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근거로 삼으면 된다. 그러면 ‘아, 이 친구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네’ ‘일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이끌어나가고 있군’ 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수신인에게 기대하는 사항을 분명히 밝혀라

받고 나서 안타까운 이메일은 ‘그래서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지?’하는 생각이 드는 이메일이다. ‘이런 일이 있었고, 이런 의견 충돌이 있어 난감했고, 어느 부서는 어떤 일을 공유했다’ 등 회의 진행내용을 소상히 보고해 온다. 그리고는 ‘이상 보고를 마치겠습니다’ 라고 마무리되는 이메일이다. 그야말로 아무 생각이 안 든다. 동시에 10개 이상의 다른 일들이 머리 속을 차지하고 있는 상사 입장에서는 이 보고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가 순간 난감해진다.

유용한 정보이니 알고 있으라는 건지, 우리 부서의 입장 정리가 필요한 건지, 상사의 의사 결정을 기대하는 건지, 아니면 윗분께 추가 보고를 드려야 하는 건지 판단이 안 선다. 목적을 정확히 밝히고 그 목적에 부합하도록 수신인이 해야 할 부분을 분명하게 명시하는 이메일이 바람직하다. ‘이러이러하게 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런 부분의 의사결정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다음 단계 진행이 예상됩니다. 혹 생각이 다르시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처럼 구체적이고 분명해야 한다.


나아가 상사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이나 의사결정의 가능 옵션들을 보여주면 더 좋다. ‘이 상황에서 부장님이 판단해 주실 수 있는 내용은 3가지이고 각각 다음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보고자 입장에서 최선의 판단을 내리고 그 부분을 중심으로 상사가 다시 판단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면 된다. 보고자의 제안과 다른 결정이 내려지는 것은 전혀 상관없다. 상사의 관점은 부하직원과 다를 수 있고, 그래서 직장 내 여러 직급이 함께 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관점을 제시하고 상대의 역할을 분명히 해주는 이메일, 정말 멋진 이메일의 소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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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 파일 없이도 완결성 있게

첨부파일은 가능한 한 넣지 않는 것이 좋다. 부득이 첨부한다 하더라도 그 핵심내용을 반드시 메일 본문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요한 내용은 첨부파일에 있으니 참조 바랍니다’ 라고 보내면 십중팔구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잊혀 질 수 있다. 짧은 시간 내에 상사의 주목을 끌고 의사 결정에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사안의 핵심이 이메일 본문 안에 체계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추가적으로 궁금해서 첨부파일을 열어보도록 유도해야 하고, 파일을 열어볼 수 없더라도 중요한 몇 개의 의사결정은 내려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첨부파일은 여유 있을 때 열어보거나 열어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가정하고 이메일을 보내자. 메일에 대한 회신 또한 제한된 정보하에서 주는 것이라 가정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해야 상대가 조금 엉뚱한 질문을 하거나 내 입장에서 볼 때 그릇된 판단을 내리더라고 다시 추가적인 정보를 주며 바로잡으려 노력할 수 있다. /최명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 myoungwha.choi00@gmail.com

최명화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마케팅 컨설턴트, LG전자 최연소 여성 상무, 두산그룹 브랜드 총괄 전무를 거쳐 현대자동차 최초의 여성 상무를 역임했다. 국내 대기업 최고 마케팅 책임자로 활약한 마케팅계의 파워우먼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최명화&파트너스의 대표로 있으면서 국내외 기업 마케팅 컨설팅 및 여성 마케팅 임원 양성 교육 프로그램인 CMO(Chief Marketing Officer)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오랜 직장 생활을 통해 직접 경험하고 터득한 ‘조직에서 스마트하게 승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현장 전략서 ‘PLAN Z(21세기북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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