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차림으로 7일 법정에서 ‘비선실세’ 최순실(61)씨와 처음 만난 차은택(48)씨는 이 같이 울먹였다. 그는 이날 열린 공판에서 미르재단의 모든 프로젝트와 광고업체 플레이그라운드의 사업 등이 전부 최씨의 제안으로 시작됐다고 증언했다. 최씨는 미르재단을 장악하거나 소유한 적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가 진행한 최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직권남용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선 차씨는 “최씨는 미르재단에서 아무런 공식 직함이 없고 현재까지 재단을 장악하거나 소유한 적 없다고 주장한다”고 검찰이 신문하자 “지금에 와선 얘기하기 비상식적”이라며 “미르재단의 모든 프로젝트는 대통령이 하는 일과 관련있었고 이 모든 걸 기획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최씨가 ‘발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세운 광고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에 대해서도 “최씨가 미르를 통해 영리사업을 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기 위해 설립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망한 광고감독인 차씨는 고영태씨 소개로 최씨를 만나 최씨의 힘으로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까지 오르며 ‘문화계 황태자’라 불렸다. 하지만 최씨 지시로 포스코그룹 계열 광고대행사인 포레카를 강탈하려 했다는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이날 자신과 고씨가 국정농단의 주범이라는 최씨 주장을 검찰이 얘기하자 “나도 그중(국정농단 주범)에 하나가 된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최씨뿐 아니라 계획하고 지시했던 사람들이 모두 다 본인은 아니다라고 얘기하는 상황”이라며 “정말로 당당하게 한번만 인정하고 (사실을) 이야기하면 그때 했던 일들이 수치스럽지 않을 것 같다”고 울먹거렸다. “(최씨) 일당이 돼버린 것이 너무 수치스럽다”는 얘기다.
차씨의 이 같은 증언은 앞선 공판에서 최씨가 했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최씨는 미르재단 사업계획은 차씨와 지인들이 작성했고 미르재단도 고씨와 고씨 측근들이 기획한 것이라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최씨는 6일 공판에서 “검찰은 제가 사익을 추구하려고 플레이그라운드를 세웠다는데 플레이그라운드는 문화융성 등 좋은 일을 하려고 설립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종혁·변수연기자 2juzso@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