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구혜선의 ‘연기력 논란’은 언제쯤 사그라질까.
MBC 주말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극본 하청옥, 연출 백호민)가 방영 초부터 화제를 모은 건, 엄정화의 8년 만에 지상파 복귀작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구혜선의 복귀 역시 기대해볼 만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2015년 드라마 ‘블러드’에서 ‘발연기’라는 혹평을 받은 후 2년간 그의 작품은 볼 수 없었다. 그 사이 구혜선은 다수의 앨범 발매와 ‘블러드’에서 연이 닿은 안재현과 결혼해 새로운 행보를 보였다. 최근 예능프로그램 ‘신혼일기’에서 과시한 두 사람의 알콩달콩 러브스토리, 그 중에서 남편 안재현을 현명하게 이끄는 ‘조련꾼’의 모습은 대중에게 새로운 호감 이미지를 안겼다.
그러던 와중 ‘당신은 너무합니다’를 통한 구혜선의 ‘배우’로서의 복귀 소식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반가웠다. 특히 지금까지의 청순, 쾌활, 러블리 이미지를 벗고 생활력 강한 밤무대 가수를 선보여 이색 변신이 기대됐다. 엄정화와 만들 케미에도 관심이 쏠렸다.
‘당신은 너무합니다’는 불꽃같은 인생을 사는 스타 가수와 이름조차 우스꽝스러운 모창 가수, 두 주인공의 애증과 연민이 얽히고설키는 인생사를 통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의 시간을 마련하고자 하는 드라마. 톱스타 가수 유지나 역으로는 엄정화, 그를 따라하는 ‘짝퉁 가수 유쥐나’ 정해당 역으로는 구혜선이 분했다. ‘가요계 디바’ 엄정화 못지않게 꾸준히 자작곡을 발표해온 구혜선이기에 역할 소화에 무리가 없어보였다.
일단 첫 회 첫 장면에서 구혜선은 완벽하게 시선 몰이에 성공했다. 반짝이는 드레스를 입고 밤무대에서 춤과 노래로 유지나를 관능적으로 재연해낸 장면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구혜선의 재발견이었다.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과 능청스럽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유지나의 특징을 읊는 모습에서는 여유로움까지 묻어났다.
하지만 그 변신이 시각은 사로잡았지만 청각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짝퉁 가수’이기 때문에 유지나(엄정화 분)와 외적으로 다소 다른 점은 차치하고 볼 문제였다. ‘유쥐나’ 나름의 고혹미는 어느 정도 풍겼지만, 대사는 불분명하게 전해졌다. 처음에는 무대 음향상 문제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후 장면들에서 문제는 구혜선의 ‘발성’에 있음이 드러났다. 무대 밖에서도 구혜선의 ‘말소리’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야외건 실내건 ‘잠긴 목소리’는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그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시청자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화면에 귀를 갖다 댈 수밖에 없는 번거로운 피로감이 발생했다.
더욱이 주말드라마 특성상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층이 자리할 터. 아침드라마와 일맥상통하게 다소 과장되더라도 ‘쉬운 전달’을 위해 또랑또랑한 대사 처리는 필수불가결하다. 이에 엄정화, 재희 등 다른 배우들이 한껏 목소리를 높이는 동안 구혜선은 소위 ‘옹알이’를 하는 격으로 느껴졌다. 이 때문에 그가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이상한 나라의 구혜선’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그가 늘어놓는 농담에 시청자들은 얼마나 웃었을까. 2회에서는 정해당의 남자친구 조성택(재희 분)이 유지나와 이성의 감정을 교류하며 세 사람의 삼각관계를 예고했다. 1회에서 소개된 유지나와 정해당의 관계는 단 2회 만에 유지나와 조성택의 관계로 초점이 맞춰졌다. 현재 정해당은 유지나와 조성택 사이에서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와 함께 구혜선 역시 엄정화와 재희의 관계에서 한 발 물러나 꽤나 희미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1회 첫 장면으로 시청자들을 단번에 사로잡은 ‘당당함’을 50부작까지 끌고 가면 좋으련만. 구혜선은 현재 그토록 좋아하던 ‘노래, 작곡 연습’보다 ‘발성 연습’이 시급해 보인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