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YG·JYP ‘연습생 노예계약’ 끝…수억원 위약금 철퇴

고등학생 A양은 아이돌 가수가 되기 위해 중학생 때부터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와 연습생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기획사는 체계적인 교육과 데뷔를 위한 지원을 하지 않았다. A양은 고민 끝에 계약을 해지하기로 마음먹었다. A양이 계약 해지 얘기를 꺼내자 연예기획사 측은 계약서를 들이대며 투자 비용의 2~3배에 달하는 1억원가량의 위약금을 요구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A양은 결국 계약을 해지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연습생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연예기획사가 연습생 계약 해지 때 과도한 위약금을 요구하거나 계약이 끝난 뒤에도 전속계약을 요구해 기획사에 남게 하는 ‘노예계약’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공정위는 자산총액 120억원 이상인 SM, 로엔, JYP, YG 등 8개 연예기획사가 만든 연습생 계약서를 심사해 과도한 위약금 부과조항, 전속계약체결 강요 조항 등 6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조항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렸다고 7일 밝혔다.

대형 연예기획사들은 연습생의 책임으로 계약이 해지되면 투자비용의 2~3배 금액을 위약금으로 청구해왔다. 연예기획사가 소속 연습생을 위해 3년간 평균 5,300만원의 투자 비용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위약금은 1억원에서 1억5,000만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연습생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연예기획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위약금을 과다하게 요구해 연습생들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봤다. 공정위는 직접적으로 투자한 금액과 소정의 이자에 대해서만 위약금을 물도록 시정조치를 내렸다.



부당하게 전속계약 체결을 강요한 조항도 바뀐다. 앞으로는 연습생 계약기간이 만료될 경우 기획사는 연습생과 상호합의를 통해 재계약 또는 전속계약 체결을 위한 우선 협상만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연습생이 어떤 기획사와 계약을 체결할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른 조치다.

기획사가 명예나 신용 훼손 등 추상적이고 자의적인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는 약관도 금지된다. 계약이 해제될 경우 즉시 기획사에 위약금을 지급하라는 약관도 사라진다.

선중규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기획사가 위약금을 부풀리는 경우가 있더라도 제대로 검증할 수 없어 법률상 보장된 항변권, 상계권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며 “이를 삭제하도록 해 민사상 합리적으로 다툴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해당 8개 기획사는 공정위의 약관 심사 과정에서 해당 조항을 모두 시정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