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에서 정부조직개편 논의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독일재건은행(KfW) 관계자를 초청해 ‘국책은행의 역할’에 대한 강연을 들어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은행이 재건은행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왔기 때문에 산은이 차기 정부에서 독일 재건은행과 같은 조직을 구상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7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산은 미래전략연구소는 이날 독일재건은행 본부장 출신인 한스 페터 뮈시히 박사를 초빙해 ‘KfW의 정책금융 역할과 운영 시스템’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열었다. 뮈시히 박사는 재건은행이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표 정책금융기관으로 성장해올 수 있었던 성공 요인에 대해 법적위상 확보, 재무역량, 자율경영 및 효율적인 지배구조, 다양한 지원수단 및 전문성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특히 재건은행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자율성이 보장되는 지배구조를 꼽았다. 뮈시히 박사는 “재건은행 지배구조는 독일의 감독이사회(Board of Supervisory Directors)와 경영이사회(Executive Board)의 위임과 자율이라는 원칙 하에 운영되고 있다”며 “정치적 개입이나 영향 없이 자율경영을 바탕으로 본연의 정책금융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은은 기획재정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는데다 금융위원회 공공기관 평가 등을 받고 있다. 시어머니가 둘이나 되는 셈이다. 정책 결정이나 예산책정 과정에서도 산은은 금융 당국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해 단순히 금융 당국 결정을 집행하는 역할에 그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날 재건은행 초청강연을 놓고 산은이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운 경영을 펴기 위한 새로운 조직 체계를 구상하기 위해 내부 공감대를 모으기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뮈시히 박사는 이와 함께 “재건은행은 100%(연방정부 80%, 주정부 20%) 정부소유 은행으로서 연방정부가 재건은행의 모든 부채에 대해 명시적인 보증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병돈 산은 미래전략개발부 부장은 “국내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한 가운데 미래신성장 지원 등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에서 재건은행의 성공 사례는 우리나라 정책금융의 발전 방향과 관련해 고민할 부분이 많다”며 사실상 산은의 지배구조 변화를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