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발언대]해외건설, ‘짚불’ 아니라 ‘군불’ 돼야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옛 속담 중 ‘짚불 꺼지듯 하다’라는 말이 있다. 권세나 영화가 하잘것없이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로 처음에는 활활 타오르지만 나무를 태운 군불처럼 오래가지 못하는 짚불의 특성을 나타낸다. 최근 해외건설의 모습은 짚불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50년이 넘는 역사와 7,500억달러가 넘는 누적 수주를 기록한 해외건설이 짚불이 될 위기에 놓여 있다. 지난 2010년 186억달러 규모의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하며 716억달러를 기록한 해외건설 수주 실적은 지난해 2010년 실적에서 61%나 줄어든 282억달러에 그쳤다.


국내 건설시장에 대한 뒷받침을 넘어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 산업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해외건설이 이렇게까지 추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무리한 저가 수주에 따른 대규모 손실, 중동과 플랜트 중심의 기형적 수주 구조, 국제유가 급락 같은 대외환경 요인에 대한 대응 실패, 프로젝트 수행 능력 부족, 도급사업에만 매몰된 수주 전략 등 원인을 찾자면 많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원인을 거론하며 비판만 늘어놓을 때가 아니다. 해외건설이 짚불에 그치게 될 때 국내 건설기업이 받을 충격은 상상을 넘어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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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시장의 부진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서두르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우선 중동이라는 집토끼를 잘 키워나감과 동시에 아프리카나 중남미 등과 같은 산토끼도 잡으러 가야 한다. 우리가 진출하지 못하는 시장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수주 전략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경쟁자도 어느 순간에는 조력자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전략적 협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 진입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는 해외건설 사업 수주를 단순한 일회성 사업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해외건설시장에서의 성장은 단지 개별 기업의 몫이 아니며 정부와 기업의 협력, 더 나아가 국가 단위의 투자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해외건설시장은 국내건설시장과 다르다.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도, 제품을 만드는 사람도, 그리고 환경도 다르다. 치열해지는 수주경쟁뿐 아니라 불리한 시장환경 등으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더 나아가 지속성장이 가능할지도 낙관하기 어렵다. 해외건설을 짚불이 아닌 군불로 만들기 위해서는 산학관연이 합심한 장작이 필요하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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