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이 이달중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영향이 국내에는 벌써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은행 대출금리가 연일 가파르게 올라 대출받은 사람들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건데요.
증권업계는 채권 운용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값이 떨어져 채권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증권사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정하니, 김성훈기자가 연이어 보도합니다.
[정하니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8개월째 동결하고 있지만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각종 금리는 연일 오르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서만 주요 시중은행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0.04%~0.15%포인트 가까이 올랐습니다.
은행별로 보면 KEB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이달 들어서만 0.147%포인트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0.08%포인트, KB국민은행은 0.04%포인트 올랐습니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 우리은행은 오늘도 대출금리를 올렸는데 대출금리가 자고 일어나면 오른다는 말이 이해되는 대목입니다.
기준금리는 제자리걸음인데 대출금리가 끊임없이 오르는 것은 미국에서 들려온 금리 인상 가능성 때문입니다.
미 연준이 오는 15일 FOMC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되자 이를 선반영해 우리나라의 국공채와 금융채 등 시장금리가 올랐고 이에 따라 대출금리도 오르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미국이 올해 예상보다 더 많은 세 차례, 많게는 네 차례까지도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은행권 대출금리가 더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이자 부담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스탠딩]
은행권은 일단 금리가 오르면 예대마진이 커지면서 이자이익도 불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권은 미 금리 인상을 반기는 분위기인 반면 증권업계는 채권운용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왜 그런지 이어서 김성훈 기자가 전합니다.
[김성훈기자]
미국 기준금리는 국내 금융업계에 다양한 영향을 주지만 특히 금리 인상을 걱정하는 곳은 증권사들입니다.
증권사는 주로 주식거래 수수료와 채권운용을 통해 이익을 얻습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를수록 채권의 가격은 떨어지는 구조라 국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주식거래가 줄어드는 마당에 미국 금리마저 오른다면 채권 투자로 얻는 수익까지 감소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증권업계의 지난해 채권 관련 이익은 2015년에 비해 1조2,300억원 넘게 줄었습니다.
지난해 10월말 기준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 규모는 증권사 총 자산 규모인 392조원의 절반에 가까운 188조원에 달합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증권사에 채권 관련 위험관리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지만 결국 이렇다 할 대응책을 찾지 못한 채 대규모 수익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현재 가장 많은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이고,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이 뒤를 잇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급격한 금리 인상에 대비해 미래에셋대우 등 증권사의 리스크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 집중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래에셋대우가 보유 채권규모를 5조원 가량 줄이는 등 증권사들이 금리 인상에 대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증권사의 수익이 줄면 자연스럽게 배당도 줄어듭니다.
지난해 업황 부진으로 배당 규모를 공시한 8개 증권사 중 5곳이 배당을 줄였는데 올해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수익 감소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2년 연속 배당 규모가 감소할 가능성이 큽니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미국 금리인상을 우려하는 반면 은행들은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길 바라고 있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오르면 그 영향으로 국내 대출 금리도 올라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로 은행의 수익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김성훈기자 bevoice@sedaily.com
[영상취재 이창훈/ 영상편집 이한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