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도·고도 비만군이 만성 콩팥병에 걸릴 위험이 정상체중군보다 3.8배, 1.8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혈당·혈압·인슐린저항성 지표 등이 정상이어도 비만군이면 정상체중군에 비해 1,000명당 6.7명의 만성 콩팥병 환자가 더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상체중군이더라도 복부비만이 심한 만성 콩팥병 환자는 심장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 예측인자인 ‘관상동맥 석회화 위험’이 허리·엉덩이둘레 비율이 정상인 환자의 2배나 됐다.
대한신장학회는 9일 세계 콩팥의 날(매년 3월 둘째 주 목요일)을 맞아 서울성모병원에서 ‘콩팥병과 비만’을 주제로 건강교실을 열어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등을 토대로 한 분석결과들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35 이상인 초고도비만군의 만성 콩팥병 유병률은 25.2%로 18.5 이상~23 미만인 정상체중군(6.7%)의 3.8배나 됐다. 고도비만군(30 이상~35 미만)은 11.9%, 비만군(25 이상~30 미만)은 8.5%로 정상체중군의 1.8배, 1.3배였다.
건강검진 수검자 6만2,000명을 분석한 연구에선 혈당·혈압·중성지방, 고밀도 콜레스테롤, 인슐린저항성 지표가 모두 정상이라도 비만군은 정상체중군에 비해 1,000명당 6.7명, 과체중군(BMI 23 이상~25 미만)은 3.5명의 만성 콩팥병 환자가 더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 콩팥병 환자 2,300명을 조사한 연구에선 생활습관(정상체중 유지, 신체활동, 금연, 적절한 식이요법)이 좋으면 나쁜 경우보다 사망위험이 53%가량 낮았다.
최근 세계신장학회지에는 비만이 만성 콩팥병의 발생 위험을 정상체중 대비 36%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복부비만이 만성 콩팥병 환자의 사망위험도를 2.1배까지 높인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미국에서 5,800명의 만성 콩팥병 환자를 조사한 결과 허리둘레가 남자 48인치, 여자 42.5인치 이상이면 사망위험도가 정상군(남 37인치, 여 31.5인치)보다 109% 높아졌다.
만성 콩팥병(신부전)은 3개월 이상 신장이 손상돼 있거나 신장 기능 저하가 지속해서 관찰되는 상태로 소변에 피·단백질 등이 섞여 나오기도 한다. 만성 콩팥병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는 2015년 1조5,671억원으로 고혈압에 이어 진료비 2위를 차지했다. 환자도 16만여명으로 2010년보다 70%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질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 발견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발병 후에는 오랜 기간 혈액투석 등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만성콩팥병 검진율은 매우 낮았다. 학회가 일반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만성콩팥병 검진을 받았다는 응답자는 4%에 불과했다. 10명 중 3명은 만성 콩팥병에 대해 잘 모른다고 응답했다.
김용수 대한신장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은 “콩팥은 한 번 나빠지면 원래 상태로의 회복이 어렵다”며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되면 치료법도 투석·이식밖에 없으므로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조기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상경 홍보이사(고대안암병원 신장내과)는 “비만은 흔히 동반되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에 의해 만성 콩팥병의 발생·진행에 영향을 미치며 교감신경계 및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의 활성화, 인슐린 저항성, 염증 반응 등 다양한 기전으로 콩팥의 구조적 변화와 기능 감소를 유발한다”며 “비만인 경우 정기적으로 만성 콩팥병 검진을 받고, 환자라면 약물치료 외에 좋은 습관으로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