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아직도 고용세습 두고 갈등 빚는 시대착오 노사협상

산업현장 곳곳에서 ‘고용세습’ 문제를 놓고 노사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다음달 임단협을 앞두고 업무상 재해를 당한 직원 자녀의 특별채용 조항을 논의의 테이블에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해 진통을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도 지난해부터 자녀 채용 조항의 존폐 여부를 논의해왔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 조합원들의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고용세습은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까지 받을 정도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더욱이 청년 실업률이 20%를 웃돌 만큼 심각한 상황에서 불공정하고 비윤리적인 악습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자리 잡고 있다. 법원이 조합원 사망시 유족을 고용하도록 강제한 현대차 단협 조항에 대해 사실상 일자리를 물려줘 사회 정의에 배치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나 고용노동부가 자율개선 조치를 강력히 권고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도 대기업, 특히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산하노조일수록 고용세습 조항을 삭제하지 않고 버티는 사례가 많다니 조직의 위력을 앞세워 자신들의 욕심이나 챙기는 파렴치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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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국회가 고용세습을 유지하는 사업장에 대해 형사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하는 것은 다행스럽다. 대기업 노조는 법적 잣대에 앞서 사회적 책무를 이행한다는 자세로 자진해서 특권을 내려놓아야 마땅하다. 만약 고용세습 조항마저 사측과의 흥정 대상으로 삼는다면 제 무덤을 파는 꼴이 될 것이다. 오늘도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취업준비생들은 시대착오적인 고용세습이 사라지고 공정한 고용시장이 열리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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