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이날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등에 관여한 것은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권한 남용에 초점을 맞추되 대기업의 재단 출연금이 뇌물인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헌재가 뇌물죄 등 나머지 사안들은 검찰 수사와 형사 재판을 통해 진실이 가려질 부분이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뇌물 혐의에 대한 판단을 내놓지 않으면서 재판에 대응하는 삼성도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은 줄곧 “대통령의 강요에 따른 피해자일 뿐”이라는 주장을 고수해왔다.
앞서 이 부회장의 변호인들은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에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도 “피고인 전원은 공소사실 모두에 대해 부인한다”며 뇌물공여·횡령·위증과 재산 국외 도피, 범죄수익 은닉 등 이 부회장의 다섯 가지 혐의를 전면 부정했다. 재단 기금 출연과 승마 지원은 대통령의 강요와 압박으로 불가피하게 이뤄진 것일 뿐 대가를 바란 뇌물이 아니었다는 것이 변호인의 핵심 주장이다.
재계에서는 헌재가 탄핵 선고에서 ‘대통령이 기업 재산권과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한 부분을 두고 삼성이 주장하는 ‘피해자’ 구도가 법정에서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검에 앞서 수사를 진행했던 검찰의 1차 특수본도 “기업은 피해자”라는 수사결과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