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까지 감안한 여러 가지 안을 검토하겠습니다. 전경련 혁신위원회에서 전체 의견이 해체로 모아지면 할 수도 있습니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경련 역할 재정립과 혁신방향’ 토론회를 마치고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전경련 ‘해체’와 ‘존속’을 두고 각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전경련 혁신을 주도하는 권 부회장이 해체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돼 해체 위기에 놓인 전경련은 지난달 24일 열린 총회에서 조직개혁 방향으로 △정경유착 근절 △투명성 강화 △싱크탱크 기능 강화 등을 제시하고 혁신위원회 구성을 발표했다. 허창수 회장을 필두로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등 내부 인사 세 명과 윤증현·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김기영 전 광운대 총장 등 외부인사 세 명으로 혁신위를 꾸리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권 부회장은 “토론회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것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도 “다만 사법부의 판결이 나온 것도 아닌데 전경련이 범죄자 집단이라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우리 경제 성공사례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그 뒤에는 기업인과 전경련이 있었는데 이마저 부정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나서서 전경련을 해체시켜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구정모 한국경제학회장(강원대 경제학과 교수)이 좌장을 맡고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권영준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과 교수,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참여해 열띤 논쟁을 벌였다. 권영준 교수는 “전경련이 자발적으로 해체하고 자산 매각을 통해서 완전히 새 모습을 찾아야 한다”며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신뢰받는 경제개혁단체들이 주장하는 내용과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재욱 교수는 “정경유착이 발생한 것은 단순히 전경련 때문이 아니라 정부 권력이 너무 과대하기 때문”이라며 “정부 권력을 줄일 방법을 모색하지 않으면 전경련이 사라진다고 해서 정경유착의 고리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우리나라에서 전경련이 교육사업과 홍보로 시장경제의 장점을 인식시키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 만큼 이런 기능은 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경련 혁신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견도 팽팽히 맞섰다. 박상인 교수는 “과거 전경련이 연루된 비리가 있을 때마다 혁신을 논하고 위원회를 만들고 윤리강령을 만들었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며 “전경련 해체로 정경유착이 근절되기는 어렵지만 큰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준선 교수는 “전경련을 오너 중심이 아닌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꾸리고 조직을 산업군별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며 “사업재원이 소요되는 정부 등의 협조사항은 심의위원회를 거쳐 결정하고 회원사에 공지하는 방식으로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