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승리했다.”
11일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후 처음으로 열린 주말 촛불집회는 축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하지만 마냥 행복하기만 한 모습은 아니었다. 이날 집회에서 만난 시민들은 “광장에 모인 촛불이 국민의 승리를 이끌어 냈다”고 촛불집회의 의미를 평가하면서도, “탄핵반대 진영 역시 한 국민인 만큼 이제는 갈등을 넘어 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과 함께한 모든 날이 좋았다’를 주제로 마지막 주말집회를 열었다.
퇴진행동측은 “지난해 10월29일 3만명이 모여 시작했던 집회에 20차 집회인 이날까지 1,600만명이 훌쩍 넘는 시민들이 힘을 모았다”며 “광장을 지켜왔던 뜻으로 이제는 삶의 현장과 일터를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오는 25일과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둔 4월15일에는 주말집회를 열 계획이다.
퇴진행동은 이날 △직접민주주의를 전진시키는 주권자 행동 △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정당한 항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선언 △평화로운 공존의 권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17 촛불권리선언’을 발표하며 100대 과제도 선정했다. 이을재 퇴진행동 시민참여특위 공동운영위원장은 “2017 촛불권리선언은 총 4,608자의 위대한 촛불선언문”이라며 “소박하지만 준엄한 대한민국의 청사진이자 대헌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로 예정된 본집회가 열리기 전부터 광화문광장은 마치 축제의 장 같았다. 집회 참석자들에게 파전을 비롯해 떡, 커피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가 열리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촛불집회 참석자들을 위해 3,000장의 파전을 준비했다는 A씨는 “광장의 승리를 이끌어 낸 것을 축하하기 위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본집회에서도 축제 분위기는 이어졌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제시됐다.
박 전 대통령 구속과 국정농단 사태 공범자 처벌, 세월호 인양 등 적폐 청산이 그것. 김종기 4·16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우리 가족은 헌재 탄핵 결과를 보고 박근혜 정부가 끝장났다는 기쁨과 ‘세월호 7시간’이 인용되지 않았다는 분노를 느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헌재의 탄핵선고를 계기로 국민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홍숙영(60)씨는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이번 탄핵 인용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분들도 한 사람의 국민들인 만큼 여유를 갖고 포용해야 우리나라가 통합으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재모(20)씨 역시 “과한 폭력만 아니라면 태극기집회 참석자들 역시 대한민국의 국민들인 만큼 그들과 타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집회 이후에는 탄핵을 축하하는 폭죽이 터졌고 촛불 파도타기와 탄핵 축하 단체 ‘셀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이벤트도 진행됐다. 한 차례 빼고 매주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하기룡(59)씨는 “대의민주주의 한계를 국민의 분노로 극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게 촛불의 가장 큰 성과”라며 “박 전 대통령 탄핵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흐름으로 안 된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촛불집회 참석자들은 이날 오후 7시께 청와대와 총리 관저, 종로4가 도심 등 방면으로 행진에 나섰다. 참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을 향해 “방 빼라”, “감옥으로 들어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후 8시 광화문광장에서 권진원과 전인권, 한영애, 조PD 등이 출연하는 ‘촛불승리 축하 콘서트’가 열리며 촛불집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두형·변수연·김우보기자 mcdj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