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주시경 선생 친필·수월관음도·월인천강지곡...문화재 보호의 숨은 공신

미래엔, 교과서 박물관 운영

고문헌 등 자료 보존에 힘써

한국콜마도 고려시대 불화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

기업가치 올리는데 일조

세종시에 있는 미래엔 교과서 박물관을 방문한 학생들이 옛 문헌들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제공=미래엔세종시에 있는 미래엔 교과서 박물관을 방문한 학생들이 옛 문헌들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제공=미래엔




# 대한민국 최초 교과서 발행 기업인 미래엔(구 대한교과서)은 2003년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교과서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세종시에 있는 이 박물관은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높은 문헌이나 교육과 관련된 유물 등을 기증받아 관리한다. ‘한글 첫걸음’, ‘주시경 선생님의 친필 이력서’ 등 개화기 때 원본들을 비롯해 각 시대별 교육자료들로 유명하다.


지금까지 개인 129명, 단체·기관 47곳으로부터 문헌과 교과서를 기증받았다. 김영진 미래엔 대표는 “교육출판전문기업으로의 사명감을 다하기 위해 고문헌과 오래된 교육 자료 보존에 힘쓰고 있다”며 “이로 인해 미래엔이 발행하는 교과서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신뢰도 높다”고 말했다.

중소·중견기업들이 문화재 보호에 힘쓰면서 사회 공헌은 물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전까지는 재정 여력이 뒷받침되는 대기업들이 주로 문화재 보호 활동에 힘써왔지만 이러한 흐름이 중소·중견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미래엔은 ‘최고의 교과서가 미래의 인재를 키운다’는 김기오 창업자의 신념에 따라 국내 최초로 교과서를 발행한 기업이다. 교육, 출판 문화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창업 이념에 따라 문헌 보존 사업을 진행해 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월인천강지곡’이다.


‘월인천강지곡’은 세종대왕이 아내인 소헌왕후의 공덕을 빌기 위해 직접 지은 찬불가로 훈민정음 창제 직후 간행된 최초의 한글활자본이다. 미래엔은 1972년 진기홍 전 광주체신청장이 보관하던 월인천강지곡을 인수해 보관하다 2013년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기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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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일반인들에게도 보여주기 위해 교과서박물관에 월인천강지곡 영인본(影印本)을 전시하고 있다”며 “앞으로 기증받은 문헌이나 유물에 대해서 연구와 후원을 아끼지 않고 전시도 확대해 통한 문화재 가치 재조명 활동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업체 한국콜마도 문화재 보호에 적극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윤동한 회장은 지난해 직접 일본에서 고려시대 불화인 수월관음도 1점을 25억원에 사들여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윤 회장은 “우리 문화재를 고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증하게 됐다”며 “기업이 문화재 환수에 앞장서는 것은 사회 공헌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해에 있는 홍기종합건설은 건설회사지만 문화재 보존 업체로 더 알려져 있다. 문화재청에서 일했던 황동렬 대표는 문화재 보존 사업부를 두고 문화재 건축과 수리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김해시민의 종, 사천 조명군총, 해인사 비로전·선열당 공사를 진행했다.

황 대표는 지난달 경남 김해시가 내년 개관을 목표로 추진 중인 ‘한글박물관’에 한글학자인 이윤재의 글이 실린 도서 ‘한글’을 기증했다. 황 대표는 “문화재가 많이 분포해 있는 김해시에서 문화재 보존 사업을 하다 보니 지역 사회에서 기업 가치를 더 높이 평가받는 것 같다”며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책임감 있는 전문 건설인이 되겠다”고 밝혔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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