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상품 판매금지 조치 후 ‘다변화’가 세간에 자주 거론된다. 대체시장을 개발해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은 방한(訪韓)시장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인데, 사실 그리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
동남아·대만·홍콩 등 인접한 타 시장 외에도 잠재성이 큰 인도라든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구미주 시장 등을 대상으로 다변화는 꾸준히 진행 중이다. 특히 무슬림 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캐나다의 미디어그룹인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세계 약 17억의 무슬림은 2015년 순수 관광 목적으로만 전년 대비 4.9%가 성장한 약 1,510억달러를 썼다고 한다. 이는 중국이 지출한 금액(1,580억달러)과 거의 맞먹는 액수로, 전 세계 관광 매출의 11.2%에 이르는 수치다. 또한 앞으로도 연평균 8.2%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며 오는 2021년에는 세계 관광시장의 12.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을 찾는 무슬림 관광객도 꾸준히 증가세다. 2016년에는 전년보다 33%가 늘어난 98만명대에 이르렀고 2012년부터 2016까지 5년간 평균증가율도 16%를 기록, 전체 평균치 12%보다 4%나 높았다.
하지만 무슬림 관광객 수용태세는 너무 부족하다. 마스터카드사 등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무슬림여행지수(Global Muslim Travel Index·GMTI)’를 보면 2016년 한국은 조사대상 100개국 중 54위에 머물고 있다. 특히 유치경쟁국이라 할 수 있는 싱가포르(8위), 태국(20위)은 물론, 홍콩(31위), 일본(34위), 중국(50위)에 비해서도 낮다는 점은 뼈아프다. 특히 평균보다 점수가 현저히 낮은 ‘식사(32점, 평균 44)’나 ‘기도실(15점, 평균 52.6)’은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면 무슬림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먼저 극복해야 한다. 2015년부터 정부의 할랄식품 해외 진출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 지원 사업이 여전히 표류하는 것도 결국 그 때문 아니었던가. 문화적·종교적 요인에서 촉발되는 과도한 편견과 왜곡은 고스란히 경제적 기회 상실로 귀결된다. 예컨대 할랄 육류의 국내 생산이 가능해진다면 무슬림 관광객의 음식 인프라 개선은 물론, 농가 소득 증대의 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교류와 비즈니스의 기본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다. 하물며 문화가 다른 타국 사람들과의 관계라면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17억 무슬림을 단순히 중국의 대체시장으로 보기 전에 한국을 찾는 손님으로, 지구촌에 같이 사는 이웃으로 이해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무슬림에 대한 논의와 연구들도 더욱 활발히 이뤄져 문화적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