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전 헌재소장의 퇴임으로 권한대행 역할을 맡으며 탄핵심판을 이끈 이 대행은 그동안 보여준 조용한 카리스마답게 퇴임식도 조용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외부 손님을 초청하지 않고 헌법재판관과 헌재 직원들을 중심으로 퇴임식을 조촐하게 열기로 했다. 헌재 관계자는 “평소 화려한 것보다 조용하고 겸손한 것을 좋아하는 이 대행의 스타일에 맞게 퇴임식이 진행될 것”이라며 “간단한 퇴임사와 꽃다발 증정이 전부”라고 말했다.
현재 헌법재판관 8명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리고 사법연수원 기수도 가장 늦은 이 대행은 사법연수원 교수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거쳐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이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이어 대전고법 부장판사 시절인 지난 2011년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헌법재판관이 됐다.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성격이지만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의 주심을 맡는 등 중요 사건마다 중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간통죄 사건 당시에는 “간통은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영역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합헌이라는 소수 의견을 내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당일에는 ‘헤어롤’ 2개를 머리에 꽂고 출근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국내외 언론들은 “헌신적으로 일하는 여성의 상징”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13일 이 대행은 헌재의 모든 업무를 종료하지만 탄핵 반대 측이 이 대행에 대한 물리적 공격을 가하겠다는 발언을 하고 있어 경찰 경호는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탄핵심판 선고 이전처럼 2∼3명의 무장경찰들이 이 대행을 포함한 재판관들을 24시간 근접 경호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