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궈타이밍의 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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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만의 한 주간지가 2020년 총통 선거에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그룹의 궈타이밍 회장이 총통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물론 훙하이 측은 보도를 부인하고 나섰지만 야당에서는 즉각 그의 입당을 환영한다고 밝히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궈타이밍이 대만에서 총통 후보로까지 거론된 것은 그가 지난해 일본의 샤프를 인수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금 7,500달러에 직원 10명으로 출발한 자수성가 기업인이 100년 역사의 샤프를 인수했다는 소식에 대만은 축제 분위기였다고 한다.


궈타이밍은 180㎝를 넘는 큰 키에 날카로운 눈빛으로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방을 압도한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 하루 16시간을 일에 매달리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스피드 경영’이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중국 본토 출신의 근면한 부모 밑에서 성장했던 그는 청렴과 패기를 좌우명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결정을 절대로 바꾸지 않는 ‘원맨 플레이’를 좋아하는데다 군대식 경영 스타일을 고집해 후계자를 키우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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궈타이밍은 전 세계 100만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지만 항상 성장에 굶주린 저돌적인 경영자다. 지상 목표는 단순 하청업체에서 벗어나 글로벌 완제품 제조사로 도약하는 일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글로벌 기업인 가운데 가장 먼저 투자 선물을 건넨 것도 이런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포석이다. 평소 “일본과 손잡고 삼성전자를 꺾겠다”고 공언해온 것도 우리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일 것이다.

훙하이가 SK하이닉스에 도시바의 메모리 반도체사업 공동 인수를 제안했다는 소식이다. 궈타이밍이 평소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친분 관계를 맺고 있는데다 정보기술(IT) 합작사 설립 등을 통해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이다. 만약 궈타이밍이 도시바마저 삼킨다면 ‘대만의 트럼프’가 등장했다는 소식이 전해질지도 모를 일이다./정상범 논설위원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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