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청와대에서 퇴거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삼성동 사저로 돌아온 직후 측근인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번 ‘진실 발언’은 사실상 자신을 파면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 결정에 대한 불복 선언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헌재가 전원일치로 파면을 결정한 이후 이날 청와대를 떠나면서까지 자신의 입을 통해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며 형식상으로나마 ‘헌재 결정을 존중하고 국민 대통합을 당부한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낼 것으로 관측했지만 박 대통령은 끝내 대중의 기대를 져버린 채 측근을 통한 간접 메시지만 국민들에게 던졌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 정식으로 입건된 피의자 신분이다. 따라서 민간인 신분에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 다가올 검찰 수사에서도 박 전 대통령은 피의사실 일체를 부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의 이번 불복 메시지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탄핵 반대 세력과 자신의 옹호세력, 강경 보수세력을 결집시켜 두 달 뒤 열리는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한국당이 집권하게 된다면 박 대통령은 사법적 위험을 경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신원(伸寃·억울함을 푸는 것)’에 성공할 수 있다. 파면으로 인한 원통함과 억울함을 풀려면 한국당 집권, 즉 정권 재창출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집 앞 불복 선언’은 친박 세력을 본격 자극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벌이며 보수층 결집을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방식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은 물밑에서 한국당 지원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퇴거후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선고에 불복하는 듯한 뉘앙스의 대국민 메시지를 내자 정치권이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제 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2일 윤관석 수석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은 끝까지 자신의 국정 농단은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였다”며 “국민 앞에 결자해지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점은 거듭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에선 장진영 대변인이 “깊은 유감”이라며 “탄핵을 당해놓고도 잘못을 깨우치지 못하는 건 박 전 대통령 개인의 불행이자 국가의 불행”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바른정당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본인 스스로의 입장 표명도 없이 대리인의 입을 통해 분열과 갈등의 여지를 남긴 것은 유감”이라고 질타했다. 정의당은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방자한 태도에 소름이 끼칠 지경”이라며 “국민은 마지막 도리마저 저버린 박 전 대통령을 ‘가장 고약한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의 친정인 자유한국당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못해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로 난감한 당내 분위기를 짐작케했다. /맹준호·김기혁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