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55·사법연수원 16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13일 퇴임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선고에 대해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소회를 공개했다.
이 권한대행은 13일 오전 11시 헌재청사 1층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이같이 말하며 “언제나 그랬든 헌재는 이번 결정을 하면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면서 헌법의 정신을 구현해 내기 위해 온 힘을 다 했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이어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통치구조의 위기상황과 사회갈등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리고 인권 보장이라는 헌법의 가치를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비록 오늘은 이 진통의 아픔이 클지라도 우리는 헌법과 법치를 통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언급했다.
이 권한대행은 법치주의 실현을 강조하며 중국 고전 ‘한비자’ 중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는 뜻의 ‘법지위도전고이장리(法之爲道前苦而長利)’라는 소절을 인용했다.
그는 “우리가 사랑하는 민주주의의 요체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데 있다”며 “이제는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사랑과 포용으로 서로를 껴안고 화합하고 상생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국민 통합을 언급했다.
이 권한대행은 사법연수원 교수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대전고법 부장판사 시절인 2011년 3월 만 49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헌재 재판관으로 역임했다.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이 “비(非)서울대 출신, 여성 재판관을 임명해 헌재 재판부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여론을 존중해 이 권한대행을 지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변두리 농촌에서 6남매의 막내딸로 나고 자란 이 권한대행은 고려대 출신 첫 여성 사법시험 합격자가 됐다. 이 권한대행은 고려대에서 4년 전액 장학금을 받아 무사히 학업을 끝냈다.
이 권한대행은 헌재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로도 정평이 난 바 있다. 특히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한 뒤 핵심을 추리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또 항상 자신의 사무실에 보고를 하러 온 연구관들을 방문 앞까지 나가 배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