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55·사법연수원 16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6년간의 헌재 재판관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이 권한대행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선고를 두고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 권한대행은 13일 오전 11시 헌재청사 1층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헌재는 이번 결정을 하면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면서 헌법의 정신을 구현해 내기 위해 온 힘을 다 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통치구조의 위기상황과 사회갈등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리고 인권 보장이라는 헌법의 가치를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오늘은 이 진통의 아픔이 클지라도 우리는 헌법과 법치를 통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가 사랑하는 민주주의의 요체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데 있다”며 “이제는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사랑과 포용으로 서로를 껴안고 화합하고 상생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대행은 또 중국 고전 ‘한비자’ 중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는 뜻의 ‘법지위도전고이장리(法之爲道前苦而長利)’라는 소절을 인용하며 법치주의 실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행은 사법연수원 교수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전고법 부장판사를 지냈다. 대전고법 부장판사 시절인 2011년 3월 14일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로 헌법재판관이 됐다. 2014년 12월 선고된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사건의 주심 재판관을 맡았으며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 국회 선진화법 등의 사건에서 주로 다수의견을 낸 바 있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의 퇴임 후 권한대행을 맡아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지휘한 이 대행은 8명의 재판관 중 가장 어리고 사법연수원 기수도 늦지만 부드러우면서도 과감한 재판 지휘로 중대하고도 어려운 역사적 사건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행의 퇴임으로 김이수(64·연수원 9기) 재판관을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맡으며 당분간 헌재는 7인 체제로 운영될 방침이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