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데스크 칼럼] 승복 않는 박근혜, 화해 못하는 문재인

서정명 정치부장

君舟民水 모르는 박 전 대통령

얄팍한 생각 접고 민심 따라야

문 전 대표도 '선악구도' 버리고

1위 후보다운 통합 행보 나서길

서정명 부장




박근혜와 문재인. 꼬일 대로 꼬여버린 현재 한국 정치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는 인물이다. 한 사람은 지난 12일 4년간의 권좌에서 물러났고, 다른 한 사람은 왕관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5월9일께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은 물론 향후 한국 정치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이들 두 사람은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쓰러진 권력과 오르려는 권력 간 갈등도 예상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일언일행(一言一行)에 따라 한국 정치와 사회가 한 발짝 진보하느냐, 아니면 과거로 퇴보하느냐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이들의 미래 행보와 언행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이후 이들이 보인 말과 행동은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기보다는 실망과 좌절감을 준다.

박 전 대통령은 12일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청와대에서 나와 서울 삼성동 사저로 돌아왔다. 헌재 결정에 대해 승복하겠다는 메시지는 없었다.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불복 의사를 보였다.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참모들, 윤상현·조원진·김진태와 같은 핵심 친박 의원들이 박 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며 슬픈 귀향을 환영했다. TV 영상에 비친 그들의 모습에서는 ‘반성’의 기미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대신 ‘헌재 결정은 잘못됐다. 우리는 다시 뭉친다’라는 신호를 보내기에 충분했다.


박 전 대통령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은 ‘승복과 화합’을 얘기하지 않았다. 헌재 재판관 8명이 전원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렸고, 국민의 80%가량이 탄핵 인용을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들은 ‘딴 나라’ 세상을 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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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는 1513년 내놓은 ‘군주론’에서 지도자는 능력에 따라 세 가지 부류로 나뉜다고 했다. 무슨 일이든 스스로 이해하면 탁월한 리더이고, 다른 사람이 설명해줘야 이해하면 우수한 인물이고, 스스로 이해도 못하고 설명해도 이해를 못하면 무능한 사람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추종세력들은 ‘배를 뒤엎은 물의 힘(군주민수·君舟民水)’을 아직도 깨우치지 못하고 있다. 탄핵 결정이 나기 전에 인용과 기각 여론은 80대20이었다. 찬반이 반반으로 갈린 것이 아니라 압도적으로 인용이 많았다. 국민이 직접 설명을 했는데도 이해를 못했다. 탄핵 불복을 디딤돌 삼아 보수층을 결집해 대선이나 검찰 조사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얕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가. 박 전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자숙의 시간을 갖고 흩어진 민심을 통합할 수 있는 언행을 해야 한다. 그것이 물러난 지도자의 바른길이다.

문 전 대표도 민심을 갈라놓고 있다. 그는 여론조사에서 3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하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적폐청산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과거 정권은 악(惡), 미래 정권은 선(善)’이라는 이분법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위법·범법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에 맡기고 차분하게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 마치 개선장군처럼 울고 있는 20%의 태극기 민심을 자극하는 발언이나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자신이 승자라고 생각한다면 승자의 관용을 보여줘야 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항상 100%는 없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양보하고 협상해서 뭔가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한발 물러서는 것을 나약하다고 여기는 풍토는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구시대의 낡은 대결구도를 가지고는 사상과 이념이 다양화된 현재의 시대정신(zeitgeist)을 담을 수가 없다. 민주당 경선은 민주당 당원은 물론 다른 정당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는 국민완전경선으로 치러진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상승세를 의식해 산토끼를 잡기 위해 진보·보수 갈등을 조장하는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 탄핵 이전에는 정치이념과 가치에 대한 선명성을 부각시켰다면 탄핵 이후 지금부터는 화합과 통합의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정치적 손익계산서를 따져서는 안 되며 태극기를 흔들었던 20%의 민심도 다독일 수 있는 큰 정치를 해야 한다.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정치적 앙갚음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문 전 대표가 주군으로 모신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앞으로 우리 대통령은 조금은 화합을 강조하는 부드러운 사람이 돼야 한다”고 했다. 대권을 꿈꾸는 문 전 대표가 친구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vicsjm@sedaily.com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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