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화이트데이 이벤트를 준비하던 A(28)씨는 최근 호텔예약 사이트를 뒤져보다 깜짝 놀랐다. 평소라면 이미 예약이 꽉 찼을 만한 서울 시내 중저가호텔 객실이 많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라스트 미닛 프로모션(당일 잔여 객실 특가 할인)이나 칵테일 쿠폰 등 호텔에서 제공하는 혜택도 많아졌다.
중국 단체여행객의 객실 취소가 잇따르자 국내 호텔업계는 국내 고객과 일본·동남아 여행객을 유치하기 위해 가격 할인과 각종 사은 이벤트 등을 내세우고 있다.
13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시내 중저가 호텔들은 대폭 가격할인을 제시하거나 중개업체에 빈방을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고 있다. 동대문의 한 호텔은 10만원 상당의 슈피리어 트윈룸을 5만원에 내놓는 등 최대 50% 할인에 나섰다. 이 호텔 관계자는 “주변 호텔 대부분이 최소 10% 이상 가격을 내려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며 “내국인들의 예약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호텔은 해마다 정기적으로 실시하던 봄맞이 행사 외에 새로운 이벤트도 기획하고 있다. 명동 인근 에이퍼스트호텔은 최근 중국인 단체관광객 수가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자 기존 화이트데이 행사와 함께 루프톱바에서 진행되는 미니콘서트 등 새로운 이벤트를 준비했다. 에이퍼스트호텔 관계자는 “현재 대다수 호텔이 국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새로운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만 고집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개인 관광객이나 일본·동남아 관광객에 집중하는 호텔도 늘었다. 지난달 명동에 2호점을 개업한 나인트리 프리미어 호텔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를 계기로 중국 관광객보다는 일본이나 동남아 관광객들에게 더 집중해 공실을 채워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라스테이 관계자도 “사드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었기 때문에 올 초부터 개인 고객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며 “일본이나 동남아 포털사이트에 광고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대비해 시내 주요 관광지에 태국어·말레이시아어·베트남어 등 동남아 언어 안내판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다음달 이태원 관광특구 안내 표지판을 정비해 기존 한국어·영어·중국어·일어 이외 동남아 언어를 새롭게 추가할 계획이다. 사드 파문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관광객 다변화 차원에서 동남아 관광객을 겨냥한 안내판 등의 편의 시설 구축도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북촌·홍대·동대문 등 동남아인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에 대해서도 추가로 다국어 추가 병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성욱·김민정·박우현 기자 secre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