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공약으로 내걸었던 연방정부 구조조정이 오는 16일로 예정된 내년 예산안 발표와 맞물려 대대적으로 추진된다. 백악관이 추진하는 대규모 국방비 증액을 위해 각종 사업이 사라질 외교·주택·환경·연구개발 부문에서 연방공무원의 대량감원이 예고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가 16일 정부 사업의 대규모 감축을 알리는 2018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 예산안을 공개할 예정이라며 이를 계기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연방공무원 감원이 단행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연방공무원 수는 최근 20여년간 280만명 수준을 유지해왔다.
복수의 백악관 관계자들은 “첫 예산안에서 트럼프의 ‘작은 정부’ 비전이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며 “국방과 국토안보를 우선으로 하고 대외원조나 공공주택, 환경, 공영방송 및 연구지원은 예산이 크게 삭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규제철폐를 적극 추진하면서 규제 담당 연방공무원들이 상당수 설 자리를 잃고 민간기업 및 주 정부가 이를 대체한다는 방침도 수립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후 줄기차게 “연방정부가 관료적이며 너무 비대하다”며 “서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때도 공무원과 정부 계약업체 직원들은 예산으로 편하게 지냈다”고 비난해왔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관계자들은 아직 각 부처와 예산안을 협의 중이라 공무원 감축 규모를 예단하기에 이른 감이 있다고 밝혔지만 정치·경제 연구기관인 무디스애널리틱스의 마크 잰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공약을 토대로 할 때 워싱턴DC의 연방공무원이 1.8%가량 줄면서 이 지역 개인소득도 3.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WP는 국방예산 확대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교육정책 이행을 위해 특히 외교와 과학·환경·도시개발 분야 예산 및 공무원이 칼바람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 정부는 내년 예산규모를 4조910억달러 정도로 잡고 있는데 이 중 3분의2는 연금 등 사회보장과 의료비 지원, 저소득층 지원, 국채이자 지급 등으로 고정돼 연방정부의 재량 예산은 1조1,000억달러가량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 중 6,030억달러를 국방에 투입하기로 해 국방부 이외 연방부처들은 남은 예산을 나눠 써야 한다. 트럼프 정부는 올해 501억달러의 예산이 책정됐던 국무부와 산하 국제개발처의 대외원조 예산을 37% 삭감하고 해양대기청의 기후변화 연구와 위성 프로그램 예산도 17% 줄일 예정으로 알려졌다. WP는 또 예산안 초안에 공공주택 지원 부문에서 60억달러(14%)를 삭감하고 상무부 예산은 18% 줄이는 한편 환경보호청 직원은 20% 감축한다는 계획이 담겼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는 폐지되는 예산 사업과 함께 해당 공무원들의 퇴직을 유도하고 정년 등으로 자연 감소하는 자리를 채우지 않는 방식으로 연방정부의 감량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공무원 정년보장을 폐지하고 퇴직연금 혜택을 줄이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배넌 수석전략가는 “우리는 정부 조직을 해체한 뒤 이를 재구축할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는 더 작은 것으로 더 많은 것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