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향한 은행들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만기 때 자동 송금과 무료 상해보험을 결합한 적금 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국내 이체와 해외 송금 기능을 두루 갖춘 외국인 전용 모바일 앱을 출시하는 등 외국인 고객의 마음을 사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4년 내에 3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이나 핀테크 해외 송금 업체에 외국인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은행들의 분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외국인 고객을 겨냥한 특화 상품과 서비스를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날 외국인 전용 ‘KB 웰컴 플러스 적금’을 출시했다. 기존에는 웰컴 시리즈로 수시입출금 통장과 카드만 있었으나 이번에 적금을 추가로 내놓은 것.
특히 이 상품은 만기 때 사전 신청한 본국 계좌로 자동 송금해주며 KB손해보험의 상해보험도 무료로 제공한다. 신규 가입금은 10만원 이상이며 이후 6~12개월간 월 300만원 내에서 입금하면 된다. 금리도 쏠쏠하다. 예금·카드 등 다른 외국인 상품 가입 및 해외 송금 실적에 따라 12개월 기준 최고 연 1.7%를 제공한다.
KEB하나은행은 외국인 전용 상품인 3종 예·적금 패키지 ‘이지원’에 가입하고 해외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면 상해보험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지원 해외 송금은 자기 계좌에 돈을 넣으면 미리 등록해놓은 해외 계좌로 자동 송금해준다. 은행 창구와 자동화기기(ATM)는 물론이고 인터넷뱅킹·폰뱅킹에서도 이용할 수 있으며 송금 수수료도 30% 할인해준다.
모바일이 생활화되고 있는 외국인들을 잡기 위한 비대면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최근 내놓은 모바일 앱 ‘신한 글로벌 S뱅크’는 총 10개국 언어로 국내 이체, 해외 송금, 환율 조회, 외국어 콜센터 연결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자사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휴면보험금을 환급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들이 이처럼 전용 상품이나 특화 서비스 등으로 외국인을 유혹하는 것은 국내 장단기 체류 외국인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지난해 6월 최초로 200만명을 돌파했으며 4년 내 3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시기 장기 체류 외국인은 지난 2000년보다 약 7배 증가한 148만명으로 집계됐고 비중 역시 같은 기간 45%에서 74%로 확대됐다. 현재 4대 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 외국인 고객은 현재 60~110만명 수준이다.
외국인 금융 시장은 앞으로 시중은행뿐 아니라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 그리고 해외 송금 핀테크 업체들까지 어우러진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은행도 외국인을 틈새시장으로 봐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갖춰가고 있으며 곧 출범할 인터넷은행도 마찬가지로 눈독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최근 제도화된 소액 송금 전문 업체들은 저렴한 수수료를 내세워 은행의 기존 송금 고객을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 송금 수요를 바탕으로 외국인 고객을 특화영업점이나 일요송금센터 위주로 비교적 손쉽게 유치해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해외 송금 시장이 비금융사에도 개방됐기에 매력적인 상품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거래 충성도를 높일 필요가 생겼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