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해 보이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하락세로 반전했다.
13일 일 방송사인 NHK에 따르면 이달 8~10일 사흘간 전국 유권자 952명에게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전달보다 8%포인트 떨어진 51%로 나타났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31%였다. 지지하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면 38%가 “정책을 기대하지 않아서”, 27%는 “인격을 신뢰할 수 없어서”라고 답했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이같은 변화가 나타났다.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11~12일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5%포인트 하락한 55%에 그쳤다. 교도통신이 같은 기간 유권자 1,018명을 상대로 실시한 전화여론조사에서도 아베 내각지지율은 55.7%로 한 달 전 조사 당시(61.7%)에 비해 6% 포인트 하락했다.
60% 안팎을 기록하던 아베 총리의 콘크리트 지지율에 이상 징후가 생긴 것은 그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모리토모 학원에 연루됐다는 이른바 ‘아키에 스캔들’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학원은 아베 총리의 이름을 딴 초등학교를 짓는다며 모금활동을 하고, 학원 측이 정부와 수의계약을 통해 헐값에 용지를 매입하면서 논란이 됐다. 아키에 여사는 올 4월 개교 예정이던 이 초등학교의 명예 교장직을 맡았다가 의혹이 확산하자 물러났지만, 학원 측의 정치권 로비 정황이 나오며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지지율 하락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키에 스캔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를 보면 아베 총리가 무리 토모 학원의 국유지 헐값매입과 무관하다고 해명하면서도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에 반대하자 응답자의 75%가 “납득할 수 없다”고 답했다.
내각 고위 관료가 실언으로 사퇴한 것도 부정적 요소로 꼽힌다. 무타이 슌스케 내각부 정무관(차관급)은 지난해 9월 장화를 신지 않고 이와테 현 태풍 피해 지역을 방문했다가 직원에게 업혀 물웅덩이를 건넜다. 그는 “(그날 이후) 정부가 장화를 많이 사들여 장화업계가 (돈을) 꽤 벌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가 비난 여론에 부딪혀 사퇴했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조직범죄처벌법’ 개정을 추진하고, 남수단의 유엔평화유지활동(PKO)에 자위대 파견을 강행했다가 철수하며 혼선을 빚은 점도 악재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