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삼성에 '삼성 홍보대사' 자처 문자 보낸 고위 법관

장충기 전 사장에 수차례 연락…“법관윤리강령 위반” 지적

법원장급 A씨 “특별한 친분 없고, 평소 연락 안 해” 부인

법원장급 고위 법관이 현직 상태에서 삼성그룹 대관 업무를 총괄하던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삼성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문자를 보낸 사실이 알려졌다. 법관의 윤리에 어긋나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방법원장 재직 시절인 지난 2015년 12월께 수차례에 걸쳐 당시 현직에 있던 장 전 사장에 문자를 보냈다. 지난해 9월1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 지 불과 3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장 전 사장은 미전실 2인자로서 정부 로비 등을 전담하는 대관 조직을 이끌고 있었다. 장 전 사장은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지원한 혐의로 박영수 특별검사에 의해 불구속 기소되면서 올해 사직했다.


A씨는 장 전 사장에게 “외부 특강을 하면서 삼성 노트와 Y링크를 사용하는데, 폰 화면이 그대로 빔프로젝터로 투사된다”며 마치 자신이 ‘삼성의 홍보대사’가 된 느낌이라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삼성 노트’는 삼성전자의 대화면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Y링크’는 스마트폰 화면을 PC 모니터 등에 띄울 수 있는 장치를 각각 가리킨다.

A씨는 또 자신이 현직 법원장임을 밝히고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서 삼성전자의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 캡처 사진을 여러 장 노출한 뒤 장 전 사장에게 “삼성페이 화면을 슬쩍 소개했다”는 메시지도 보냈다. 간접 광고처럼 삼성페이 화면을 삽입하고서 장 전 사장에게 생색을 낸 것이다. A씨는 또 장 전 사장에게 “스마트폰 간편결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데, 삼성페이가 가장 유리한 위치”라며 “삼성페이가 안착하려면 범용성을 갖추고, 카드사와 은행의 제휴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사장이 A씨에게 어떻게 답신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한때 대법관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유력 인사다. 현재도 법원장급 주요 보직을 맡아 근무하고 있다.

관련기사



그러나 A씨는 장 전 사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부인했다. A씨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장 전 사장은 몇 년에 한 번 정도 보는 사이”라며 “특별한 친분은 없고, 평소 서로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다”고 말했다.두 사람은 학연이나 지연 등으로 얽히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친분이 깊은 사이도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김창호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본부장은 “A씨가 법원장으로서 법관윤리강령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대기업 임원과 사심이 있는 듯한 대화를 개인적으로 주고받는 것 자체로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법관윤리강령은 ‘법관은 모든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사법권의 독립을 지켜나간다. 명예를 존중하고 품위를 유지한다.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종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