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달리 방문을 잠그지 않은 제 탓이지요.”
생방송 출연 중에 흥에 겨운 자녀들의 ‘난입’으로 방송사고를 낸 뒤 일약 스타가 된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가 14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방송, 영국 BBC 방송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날의 기억을 추억했다.
켈리 교수는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대해 BBC에 설명하던 가운데 4살 딸이 갑자기 방문을 열고 춤을 추며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는 상황에 놓였다. 카메라 앵글에는 활짝 웃으며 아빠 곁으로 걸어가는 딸 뒤로는 보행기를 탄 8개월 아들도 함께 잡혔다. BBC 측은 방송사고에 켈리 교수를 풀샷으로 잡고 있다 스튜디오까지 넓게 잡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당시 거실에서 남편의 인터뷰 방송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던 아내 김정아씨는 자신과 함께 있던 아이들이 화면에 등장한 모습을 보고 경악해 방으로 달려갔다. 최대한 몸을 낮추고 방으로 들어가 아빠 옆에서 장난을 치는 딸과 아들을 데리고 나왔지만 사태는 이미 벌어진 일. 켈리 교수는 당시 상황에 대해 “그날 딸이 유치원에서 생일 파티를 해 무척 신이 났다”면서 딸에 이어 아들까지 방으로 들어오는 순간 “이제 다 끝났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집에서 방송 인터뷰를 할 때마다 재빨리 양복을 갖춰 입고 방문을 잠그는 켈리 교수는 이날도 화면에 잡히는 위에는 정장을 갖추고 밑에는 방송용이 아닌 편한 청바지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영상을 보고 그가 벌떡 일어서 아이를 내보낼 수 없었던 이유도 더 큰 방송사고를 막기 위한 노력이었던 셈이다. 켈리 교수 부부는 이날의 해프닝은 결국 켈리 교수가 평소와 달리 방문을 잠그지 못한 것에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이들은 방문이 잠겨 있으면 내게 다시 돌아오는데 이날은 아이들이 오지 않았다. 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고는 혼란에 빠졌다”고 말했다. 켈리 교수는 “영상을 보면 내가 웃음을 참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서 “어린 아이들이고, 그게 바로 아이들의 행동이다. 너무 귀엽다. 몹시 당황했지만, 아이들이 제게 오는 것을 편안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아내가 정말 최선을 다해 수습을 해줬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아울러 아내 김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서구 언론이 자신을 ‘보모’로 보도한 것을 두고 인종차별 논란이 인 데 대해 “사람들이 논란을 벌이지 말고 그냥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켈리 교수는 방송을 마치고 BBC 측에 즉각 사과 편지를 보냈는데, 약 15분 뒤 BBC는 오히려 인터뷰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부부는 아이들이 웃음거리가 될까 걱정돼 정중히 거절했지만 BBC의 설득에 결국 요청을 받아들였다. BBC는 해당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고 BBC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만 8,400만 번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전 세계 언론에 보도됐다.
큰 관심을 끌면서 켈리 교수는 방송 직후 한국, 미국 등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이 쏟아져 휴대전화를 ‘비행 모드’로 전환해야 했다고 전했다. 켈리 교수는 방송사고와 관련한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기 위해 이날 부산대에서 기자 회견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