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건의 열애사실공개는 얼핏 같아 보이지만, 그 의도까지 같다고 할 수는 없었다.
먼저 한채아의 열애사실공개는 상당히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언론시사회에 앞서 한채아와 차세찌의 열애설이 흘러나왔을 때, 한채아의 소속사는 열애설은 사실이 아니라며 조기진화에 나선 상황. 하지만 한채아는 소속사가 여배우인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열애중임에도 대중들에게 열애중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에 심적부담을 느끼고는 스스로 언론시사회라는 기회를 빌어 열애사실을 고백했다.
한채아는 이날 언론시사회에서 열애사실을 고백한 후 손을 벌벌 떨 정도로 긴장했음에도 차분하고 담담하게 “소속사에서 여배우인 절 보호하기 위해 그런 기사가 나갔다고 하더라도, 제가 사람들을 속이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며, “제가 아이돌도 아니고 나이도 30대인데 굳이 열애사실을 숨길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며 대중들 앞에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내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홍상수 감독이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언론시사회에서 김민희와의 불륜설에 대해 언급한 점은 한채아와는 많이 달랐다.
지난해 불륜설이 불거진 이후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대중들 앞에 불륜설에 대해 해명하는 대신 은거를 택했다. 홍상수 감독은 지난해 11월 진행된 영화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언론시사회에도 불참했고, 김민희 역시 11월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지만 여우주연상 후보 중 유일하게 시상식에 불참하는 등 일체 대중과의 접촉을 피해왔다.
그러던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다시 대중들 앞에 나서게 된 것은 불륜설이 터진 이후 촬영한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고, 김민희가 한국 여배우 최초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이 계기가 됐다. 3월 23일 개봉을 앞두고 결국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불륜설 이후 처음으로 영화 언론시사회를 무대로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처음부터 불륜설에 대한 해명 등을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영화 이야기부터 꺼내들었다. 결국 기자들이 불륜설에 대해 해명을 요청하는 질문을 하자 홍상수 감독은 그제서야 “우리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라며 김민희와의 열애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열애사실을 인정하기만 했을 뿐 그 외에 대해서는 일체 입을 다물었다. 홍상수 감독은 “기존 언론에 보도된 것 이상의 사실을 말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다”며 ‘서로 사랑하는 사이’ 이상의 말을 하지 않았고, 김민희 역시 홍상수 감독과 진심을 다해 만나고 사랑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저희에게 놓여진, 다가올 상황에 대한 것들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말을 남겼을 뿐이다.
심지어 홍상수 감독은 일반 국민들이 불륜설에 불쾌해한다는 질문에 대해서 “사람들마다 의견이 갈리기 마련인데,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특별히 법에 저촉된 행위가 아니라면 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나 역시 남들처럼 똑같은 대우를 받고 싶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홍상수 감독의 말에는 분명 아쉬운 지점이 있었다. 일반 국민들 대다수가 불륜설에 불쾌하게 여긴다는 질문이 좋은 질문은 아니었다지만, ‘법에 저촉되는 행위’라는 표현을 통해 불륜이 아닌 사랑임을 강조한 홍상수 감독의 표현이 과연 옳은 것일까?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관계는 ‘불륜’이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는 홍상수 감독이 아직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 사랑을 했기에 간통죄의 영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간통죄는 2015년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판결을 받아 폐지가 됐지만, 이는 형사상의 처벌에 대한 위헌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간통 그 자체를 합법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한채아의 열애인정은 여배우에게 그 자체로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미혼의 선남선녀가 만나는 일은 절대 죄가 아님에도 한채아는 연예인이 연애를 하는 것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에 정면으로 맞서며 자신의 삶을 찾으려는 노력을 보였다.
반면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불륜설에 대한 해명을 요청하는 질문에 오직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말로 모든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두 사람이 사랑하는 것은 개인적인 영역이지만, 이들의 사랑이 단순히 미혼의 선남선녀가 만난 예쁜 사랑이 아닌 한 쪽의 가정을 파탄낸 금단의 영역이었음에도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말로 모든 것을 과연 덮을 수 있을까? 한채아의 고백이 큰 용기를 필요로 했다면,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고백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불륜설이 더 퍼지지 않도록 진화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비겁한 인상을 남겼다.
/서경스타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