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까지만 해도 세계 1위였던 데이는 지난달 제네시스 오픈에서 공동 64위에 그치면서 당시 우승을 차지한 더스틴 존슨(미국)이 권좌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더욱이 존슨은 이달 초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멕시코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하며 기세를 드높였다. 더 이상 밀릴 수 없는 데이는 이번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반격을 벼른다. 데이에게 이 대회의 의미는 남다르다. 지난해 그는 나흘 내내 선두를 달린 끝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이어 WGC 델 매치플레이까지 제패하며 세계 1위 등극의 발판을 만들었다. 파머로부터 우승컵을 받은 마지막 선수가 된 데이는 “이제 트로피를 건네며 어깨를 두드려주던 그의 모습을 볼 수 없다. 내겐 더없이 특별한 일”이라고 말했다.
매킬로이도 재도약을 노린다. 지난해 가을 PGA 투어 플레이오프에서 2승을 올리며 1년 넘게 이어진 침체에서 벗어났던 매킬로이는 올 초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으로 두 달 이상 골프채를 놓아야 했다. 그러나 최근 멕시코 챔피언십에서 공동 7위를 차지하며 다시 시동을 걸었다. 한때 선두에 나서기도 했다. 매킬로이 역시 파머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다. 그는 15일 지난 2011년 US 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거둔 뒤 파머에게서 받은 편지를 트위터에 공개했다. 파머는 편지에서 “빼어난 경기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이제 자신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골프를 위해 공헌해야 하는 위치에 올랐다. 내가 주최하는 대회에서도 보게 되면 좋겠다”고 썼다. 매킬로이는 “몇 년 전부터 이 대회에 계속 나온 건 더는 파머를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고 말했다.
존슨과 세계 6위 조던 스피스, 베테랑 필 미컬슨(이상 미국) 등이 불참해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가운데 세계 4위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5위 헨리크 스텐손(스웨덴), 9위 리키 파울러(미국) 등도 우승후보로 꼽힌다. 왕정훈(23)이 초청 출전하고 노승열(26), 김시우(22)도 나온다.
한편 이번 대회는 우승경쟁 못잖게 파머 추모 열기로 달아오른다. 지난 12일 1번과 10번홀 사이에 파머의 동상이 제막됐고 파머가 타던 개인용 골프카트, 골프백, 트로피 등 유품이 전시된다. 파울러가 골프화에 파머의 이름을 새기고 경기에 나서는 등 많은 선수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파머를 추모할 예정이다.